라틴어 수업
라틴어 수업
  • 민은숙<청주 동주초 사서교사>
  • 승인 2018.03.05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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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 민은숙

라틴어라. 라틴어는 고대 로마와 그 주변 지역에서 쓰이는 언어로, 말 그대로 라틴 민족의 언어이다. 지금도 종교나 인문학에서는 영향력이 막강한 고전 언어다. 일본어나 중국어, 영어 등은 그래도 친근감이나 좀 있지, 나에게 라틴어는 박물관에서 보는 유물 같은 느낌이다. 유리벽 안에서 고요히 빛나는 아름다운 전시물 같은 언어다. 옛 인도, 유럽어권 언어의 모태가 되었다는 점이나, 종교나 인문학에서 쓰이는 언어라는 점이 더 유물 같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리라.

이번에 소개하고 싶은 책은 지난해 베스트셀러 중 하나이기도 하고, 인터넷 서점에서 뽑은 2017년 올해의 책 중 하나인 이 `라틴어 수업(한동일 저·흐름출판)'이다.

책 소개를 읽기 전에는 라틴어 학습서라고 잠깐 오해했다. 아마 책 소개를 읽지 않았다면 다들 나 같은 오해를 하지 않았을까 싶다.

책의 사전정보를 전혀 몰랐던 채로 읽어 보니 이 책은 학습서가 아니더라. 이 책의 저자인 한동일 사무엘 신부님 삶의 이야기였다. 신부님 인생에 관한 이야기들, 인생의 선배로 해주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책을 읽으며 교수님을 만난 기분으로 읽게 된다. 교수님이 첫 시간에 휴강이다. 라는 말에 기뻐하는데, 내 인생에 대해 적어보라는 숙제에 답안지를 작성하는 학생의 마음으로 시험지를 작성하는 느낌이다. 학창 시절에 좋았던 교수님 수업을 듣던 생각이 나는 책이었다.

나도 신부님처럼 외국에서 외국인으로 살았던 적이 있던지라 조금 더 몰입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한국에서 한국인이라는 주류로 살다가 외국에서 외국인이라는 비주류로 살면서 겪고 느낀 점이 있다 보니 신부님과는 말이 잘 통하는 친구를 만난 것 같은 느낌을 가진 건지도 모르겠다.

또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다. 이 책을 지금 읽은 게 조금은 다행인 것이 스페인어와 라틴어의 닮은 점을 비교해 가며 읽는 맛도 쏠쏠했다.

첫 강의에 수록된 동사 do의 활용 편을 보면서 스페인어 동사 외울 때 동사 변화를 일일이 표로 그려가며 외웠던 추억이 떠올랐고, 단어를 보며 뜻을 추측하는 재미가 있었다. 스페인어, 프랑스어, 포르투갈어는 라틴어와 그나마 비슷한 점이 많다고 하던데 그런 비슷한 점을 찾아가며 읽기도 재미있었다.

생각해보니 2006년 출간된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인생 수업', 2013년 출간된 법륜 스님의 `인생수업'과도 닮은 느낌이 있다. 자신의 경험을 담담히 펼쳐내는 점이나, 종교인으로 바라본 삶의 모습이 닮아 있어서일까.

책을 대충 읽다 보면 다 같은 인생 이야기, 삶 이야기라고 할 수도 있을 거 같다. 그래도 이러한 삶의 이야기가 계속 읽히고,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건 그만큼 다른 사람과 비교하고 반성하며 나아가고자 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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