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을 입어볼까요?
권력을 입어볼까요?
  • 이수경<충청대 패션디자인과 교수·이미지소통전략가>
  • 승인 2018.01.24 20: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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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산책
▲ 이수경

“패션은 헝겊과 실의 단순한 조합이 아니라 개인의 욕망과 의지를 매개하는 정치적 수단이다.”라는 말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온갖 매체를 통해 한국을 방문한 현송월 북한 삼지연 관현악단 단장의 스타일이 화제다.

“튀는 핸드백 대신 채도가 낮은 팥죽색 토트백을 들고 온 건 중후한 이미지를 강조하려는 의도 같다”헤어스타일에 대해서는 “얼굴형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 자체가 자신감의 표현일 수도 있다”고 추측했고, “일부 전문가들은 현송월이 명품 브랜드를 통해 북한 내 위상을 과시하는 것이라는 추측을 하고 있다”면서 “큐빅 머리핀으로 풍성한 머리를 고정해 차분하면서도 고급스러움을 강조했다”고 보도한 매체도 있다.

한국의 미디어가 그 대상이 누구인지에 관계없이 여성을 일관된 방식으로 소비해오고 있다는 지적이 만연한 지금 그렇다면 이유가 무엇인지 살펴보자.

“중세의 문장과 깃발부터 현대의 빈티지에 이르기까지 세계사의 중요한 순간을 함께한 패션의 요소들과 인간이 패션을 만들지만 그 패션이 다시 인간의 권력을 만들고 지배와 복종의 관계를 교착시킨다”(출처 동아닷컴·박종성)라는 말처럼 사람들은 권위의 법칙에 자동적으로 영향을 받는데 이는 실체뿐만 아니라 보여지는 상징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는다.

로버트 치알디니는 `설득의 심리학'에서 직함, 옷차림, 고가의 자동차는 권위의 상징물이라고 정의했다. 이는 누군가를 만날 때 권위의 상징물로 치장하고 설득을 하면 대다수는 설득당한다고 보는 견해로 이것을 보이는 것의 힘이라고 말한다.

`패션 외교란 이런 것이다'를 여실히 보여주는 중국의 시진핑 부부는 공식석상에 자신의 패션을 드러내기에 앞서 상대방에 대한 보이지 않는 조화를 고려한다고 한다.

권력을 가지기에 앞서 우리가 생각해야 할 부분은 보이고 보여주는 서로에게 부담스럽지 않은 조화이다. 권력은 시소와 같아서 한쪽이 더 무거워야만 움직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을 움직일 수 있는 힘, 그것은 직함이나 고가의 상징물이 움직일 수 있는 무게가 아닌 물질로 가늠할 수 없는 대상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에 있다.

사람 관계에서 누군가를 가장 강력하게 통치하는 방법은 사로잡기이다.

그러나 여실히 원하는 게 표면에 드러나면 감정에 침해되는 이 수단을 감추기 위해 사용했던 어떻게 숨길까를 고민한 결과물이 외형을 변형시켜주는 옷차림과 장신구 등이고, 그것이 세월을 거치면서 패션과 트렌드라는 이름으로 반영되어 오고 있다. 자신이 어떻게 비춰질 것인가를 아마도 현송월 또한 의식을 했나 보다. 그녀의 각진 턱을 그대로 드러낸 헤어스타일과 진하지 않은 화장, 포인트로 두른 모피 목도리, 그것보다 더 눈에 띄었던 자신감 있는 표정과 여유 있는 제스처. 개인이 아닌 또 다른 이념을 보이기 위한 방문이었음에 내가 보기 위해서가 아닌 대중 앞에 보여지는 나를 위한 것이지 않았을까?

사람의 이미지는 한순간에 만들어지지 않듯 어쩌면 의도되고 연습 된 것일 수 있지만 어쨌든 그녀는 이슈가 됐다.

패션은 강력한 수단으로서의 힘이 있다. 그날의 기분이 옷차림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옷차림이 기분을 결정한다. 예쁘지만 잘 치장한 인형 같은 사람보다는 못생겨도 자신을 잘 꾸미고 어필 할 줄 아는 사람이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은 누구나 공감하는 패션의 권력이다.

어떤 옷을 입느냐가 나와 상대방을 표현하고 그날 입은 옷차림이 나의 기분을 만들어주는 것이라면 옷장 문을 열면서 한 번 더 생각해보자.

내가 지금 입으려는 것은 권력인가? 아니면 마음 한 자락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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