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숲에서
겨울 숲에서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8.01.17 19: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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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의 시 읽는 세상

 

 

 

 

 

 

 

이 재 무

나는 보았다 침묵의 두 얼굴을
침묵은 참 많은 수다와 잡담을 품고
견딘다는 것을 직립의, 도열한
겨울나무들의 까칠한 맨살을 통하여 보았던 것이다
겨울 숲은 가늠할 수 없는 생의 긴장으로 충만해 있다
산 이곳저곳 웅크린 두꺼운 침묵을 나는
지난날과 미래의 어느 날로 껴안고 입맞춘다
봄날 나무들은 가지 밖으로
긴 침묵을 우려낸 잎들을 수런수런 피워낼 것이다
그리고는 봄을 지나 후끈 달아오른 한여름의 숲은
시퍼런 웅변으로 시끄러울 것이다
나는 보았다 너무 많은 말들을 품고 있느라 수척해진
겨울 숲의 검은 침묵을

# 겨울을 이겨내기 위해 나무는 많은 것을 버려야 합니다. 나뭇잎은 물론이고 몸속 물기마저 빼야 혹한이 와도 얼어 죽지 않습니다. 태어나고 죽는 자리가 하나인 나무에 계절은 분명 시련입니다. 겨울산에 올라보세요. 추운 비바람 속에도 어깨를 나란히 하고 묵묵히 겨울을 나는 나무들은 장엄하기까지 합니다. 봄이라는 희망은 그냥 오는 것이 아님을 온몸으로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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