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속에 또 다른 뇌가 있다
뇌 속에 또 다른 뇌가 있다
  • 정선옥<충북중앙도서관 사서>
  • 승인 2018.01.15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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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 정선옥

최근에 TV에서 즐겨봤던 프로그램은 민영방송에서 진행한 알쓸신잡(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의 준말)이다. 패널로 유시민 작가, 장동선 뇌과학자,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 유현준 건축가 등이 출연했는데 마치 아줌마들의 수다처럼 끊임없이 대화가 이어졌다. 땅끝마을 해남부터 안동, 서울 등 우리나라를 여행하며 역사, 문화유적, 건축, 음식, 과학이 통합된 지식의 향연이 펼쳐졌다. 그중에 새로 합류한 장동선 뇌 과학자는 다양한 뇌 과학 상식을 재미있게 들려주었다.

도서 `뇌 속에 또 다른 뇌가 있다'는 한국계 독일인인 장동선 박사가 독일과 뉴욕에 거주하면서 경험한 문화적 충돌과 뇌 과학 에피소드들을 경쾌하게 풀어낸 과학에세이다.

“우리의 뇌 속에는 수없이 많은 다른 사람들의 뇌가 존재합니다. 쉴 새 없이 분주한 우리의 뇌가 가장 많이 노력하는 일은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려는 일입니다. 다른 사람들을 공감하고, 예측하고, 소통하기 위해서 우리의 뇌는 발달했거든요. 그렇기에 우리의`뇌 속에는 다른 사람들의 뇌'라는 또 다른 뇌가 있습니다.”

우리가 관계성을 중시하는 이유는 뇌도 끊임없이 진화하면서 사회적 뇌로 발전했기 때문이다. 내가 행복을 느끼는 순간은 혼자가 아닌 다른 사람과 함께 있으면서 소통하고 공감할 때라고 한다. 뇌의 유연성을 키우기 위해 세상을 향해 열린 마음으로 여행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서로 다른 사람을 많이 만나고 생활 방식을 배우며 차이와 고유성을 존중하는 것이다.

이 책에는 뇌 과학자들이 조사한 내용 중 재미있는 실험 결과를 유머 코드를 강조해 들려준다. 하마는 짝짓기를 위한 싸움이 시작되면 입의 크기로 사랑의 승자를 결정하는 단순한 방식은 물리적 충돌과 큰 부상을 겪으면서 현명한(?) 방법으로 진화한 것이다. 어중간한 숫자는 특히 7로 끝날 때 슬쩍 과학적 정밀성을 암시한다는 실험 결과도 재미있다. 예를 들면 94.7%처럼 구체적인 숫자를 말하면 대부분 믿는다는 것이다. 또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게임중독에 대해 말한다. 뇌는 진짜 세상과 사이버공간을 전혀 구별하지 못하므로 폭력적 게임에 장시간 노출된 사람은 남들에게 고통을 줄 때 죄책감을 덜 느끼며 동정심도 덜 느끼게 된다고 말한다.

우리의 뇌를 기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좋은 사람들과 자주 만나 기분 좋은 대화를 하며 나와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다. 뇌는 현실과 가상을 구분하지 못하니 억지로라도 활짝 웃는 습관이다. 과학 에세이는 명쾌하면서 새로운 사실을 알게 해주어 `있어 보이기 위해서'책을 읽는데 좋은 주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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