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무술년에 바라본 작자 미상의 '맹견도'
2018년 무술년에 바라본 작자 미상의 '맹견도'
  • 강석범<한국교원학교부설고 교사>
  • 승인 2018.01.10 18: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예술산책
▲ 강석범

2018년 무술년이 밝았습니다. 올해는 특히 황금 개의 해로 알려져 있는데요.

무술년의 무(戊)는 누를 황, 황금빛을 의미하고 술(戌)은 개를 뜻하면서 올해는 누렁이 또는 황금 개의 해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황금 개와 누렁이의 이미지는 크게 다를 수 있지만 집안의 행복을 지키는 수호신이라는 의미는 하나입니다. 예로부터 개는 사람과 가까이 지내 우리나라의 개 그림 중에는 조선후기 김두량의 `흑구도'같이 잘 알려진 그림도 있지만, 이후 소개하려는 `맹견도'처럼 그린 이가 알려지지 않은 훌륭한 그림도 있습니다.

`맹견도'는 1910년대 서울의 북촌 한 민가에서 발견되었습니다. 그림에는 굵은 쇠사슬에 묶인 맹견 한 마리가 바닥에 배를 깔고 조용히 엎드려 있는 그림인데, 사람들은 이 그림을 보고 놀랐습니다. 그때까지 본 동양화와 달리 개의 표정이 너무 생생했습니다. 터럭이며 골격의 구조가 살아있는 개의 모습 그대로였고, 마치 실제 개를 보는 듯했습니다.

한편으로 사람들은 궁금했습니다. 누구의 그림일까? 하지만 화가가 누구인지 알려주는 낙관은 없었습니다. 그림뿐이었습니다. 당시 유명한 화가였던 고희동과 안중식이 이 그림을 감정했는데 그들이 보기에도 기교와 그림 수준이 보통이 아니었기에 조선시대 이 정도의 필력을 구사할 화가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단원 김홍도밖에 없다는 결론은 내렸습니다. 그리고 단원의 낙관을 새겨 그림의 오른쪽 기둥 밑에 찍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작자 미상의 `맹견도'는 하루아침에 단원 김홍도의 작품으로 둔갑하여 중·고등학교 미술교과서에 까지 버젓이 단원의 그림으로 소개되어 실렸습니다.

하지만 그 후 연구결과 단원의 그림이 아닌 것으로 판명되고 단원의 그림이었던 이 그림 속의 명견은 소위 유기견으로 전락합니다. 더불어 화가의 이름도 단원이 아닌 `작자 미상'으로 표기되었습니다. 우스꽝스러운 일화 일 수도 있지만, 사실 필자가 보기에도 단원의 기법과 이 그림의 제작 기법은 상당히 거리가 있습니다.

철저하게 해부학적 구조를 기본으로 보여주는 이 작품은 삽살개나 검둥개 등 풍속화에 흔히 보이는 한국 토종개와는 생김새가 전혀 다른 것으로 보아, 아마도 외국에서 들여와 궁중이나 권세가의 집에 묶여 있던 개를 실제로 보고 그린 그림이라 여겨지기도 하며, 그 표현기법은 언 듯 서구식 미술교육의 흔적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정말 궁금한 건 이 정도의 묘사력을 갖춘 화가가 자신의 이름을 알리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나라의 여러 예술작품 중에는 소위 `작자 미상'으로 유명한 작품이 더러 있습니다만, 시기적으로 조선시대 정도면 유명한 관료 화가가 아닌 그저 민화 작가로 살았더라도 충분히 자신의 이름 석 자는 남겼을 텐데 말입니다.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이 그림을 그린 이가 누군지 그리고 그의 또 다른 작품은 얼마나 어디에 있는지 정말 궁금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