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현을 이시종 지사보다 더 좋아하는 이유-1
전지현을 이시종 지사보다 더 좋아하는 이유-1
  • 임성재<칼럼니스트>
  • 승인 2018.01.04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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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논단
▲ 임성재

지난 2일 저녁. 청주시 상당구 미원면의 한 햄버거가게에 청소년들이 한두 명씩 모여들었다. 조금 지나자 10여 평 남짓한 가게에 20여명이 들어차 발 디딜 틈조차 없어 보였다. 모두 올해 미원중학교를 졸업하는 3학년들이다. 가게 안은 햄버거가게답지 않게 삼겹살 굽는 냄새가 진동했다. 이 가게의 주인 전지현이 미원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 진학을 위해 뿔뿔이 흩어지는 아이들을 위해 베푸는 삼겹살파티였다.

햄버거 고기를 굽는 철판에서 삼겹살을 굽는 그의 손은 쉴 틈이 없다. 50인분의 삼겹살이 순식간에 동이 나고 아이들의 흥겨운 목소리가 가게 안에 가득 찼을 때 햄버거가게 여주인이 아이들을 향해 나섰다. `어디에 가 있더라도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고, 고향에 대한 좋은 추억을 잊지 말고 고향으로 돌아오라'는 한마디에 박수와 함성이 쏟아졌다.

전지현네 가족은 6년 전에 미원으로 이사 왔다. 그들 부부가 결혼 전에 약속했던 `마흔 살에는 도시를 떠나 시골에서 살자'는 약속을 뒤늦게 실행에 옮긴 것이다. 이주할 곳을 찾던 중 절친한 친구가 귀농해 살고 있는 미원에 와보고는 사람들에 반해서 무작정 미원으로 오게 됐다고 한다.

그가 미원으로 이사와 할 일을 찾던 중에 청소년들이 마음 놓고 갈만한 장소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래서 청소년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을 겸한 일을 구상하다가 햄버거가게를 열게 된 것이다. 그리고 고향을 떠나는 아이들에게 아름다운 추억 한 가지라도 남겨 주기 위해 중학교 졸업생에게 삼겹살파티를 해주리라 마음으로 다짐하고 그 약속을 6년째 지켜오고 있다.

송재봉 충북도 도민소통특별보좌관 내정자가 스스로 사퇴했다. 내정발표 후 26일 만이다. 그에 대한 내정발표는 깜짝 놀랄 만한 일이었다.

선거를 6개월 앞두고 2급 상당의 소통특별보좌관을 임명한다는 것도 그렇지만 대상이 송재봉이어서 더욱 그랬다. 당연히 `선거용이다', `좌 편향적이다'는 등의 반발이 일었다. 그러자 이시종 지사는 SNS를 통해 `민관협치 시대에 도민과의 약속을 지키고, 각종 충북현안들을 민관협치로 해결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저의 순수한 결단에서 비롯된 것임을 이해해 주시기 바란다'며 소통특보의 임명이 자신의 지사 3선 도전을 위한 선거용이 아니라 도정을 위한 순수한 의도임을 밝히고 나섰었다.

매사가 그렇듯 인사도 꼭 계획한 대로 안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이시종 지사의 말 바꾸기이다. 인사의 내정발표는 당사자뿐만 아니라 도민에 대한 약속이다. 그런데 생각했던 것보다 반발이 더 심하다는 이유로 충분한 설명도 없이 임명을 포기한 것은 청춘을 시민운동에 바쳐온 젊은 시민운동가의 자존심을 짓밟은 것이고, 도민을 우롱한 것이다.

이시종 지사는 SNS에서 `소통특보의 임명이 정치적 이해득실만 따진다면 득보다 실이 큰데도 도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소통특보 제도를 도입한다'고 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는 더 이상 소통특보와 관련된 계획이 없다고 한다. 그가 말한 대로 진정으로 도민을 위한 소통특보였다면 즉시 이번 인사가 잘못된 것임을 도민 앞에 사과하고 곧바로 다른 사람을 소통특보로 임명하는 절차에 나서야 하는데 아예 포기하는 것을 보면 그가 도입하려 한 소통특보제도가 선거용이라는 세간의 의혹이 맞았음을 확인시켜 준다.

개인과의 약속, 도민과의 약속을 자신의 3선 도전을 위해 헌신짝처럼 버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바꾸고도 불리한 것이면 해명조차 하지 않는 이시종 지사의 모습은 실망스럽다. 도정을 책임진 도지사답지도 않고, 칠십을 넘긴 어른답지도 않다.

미원의 작은 햄버거가게 주인 전지현은 누구에게도 밝히지 않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햄버거가게에서 6년째 삼겹살을 굽고 있다. 이것이 내가 전지현을 이시종 지사보다 더 좋아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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