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이 튼튼해야
기본이 튼튼해야
  • 백인혁<원불교 충북교구장>
  • 승인 2018.01.01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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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의 숲
▲ 백인혁

제가 다녔던 초등학교는 집에서 4㎞쯤 떨어진 곳이었습니다. 겨울이면 학교에 다니기가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학교 가는 길에 냇가 얼음 위에서 미끄럼을 타기 위해 책 보따리를 둘러메고 집을 나섭니다. 건강이 좋지 못했던 저는 재밌게 노는 친구들 틈에 끼지 못하고 홀로 있는 때가 많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사람에게 있어 중요한 것은 건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느 날 담임 선생님께서 `사람이 건강하게 살려면 운동을 잘해야 한다. 운동의 기본은 달리기다. 달리기를 잘하면 모든 운동을 다 잘할 수 있다.'라고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그때부터 학교를 오가는 길에 달리는 운동을 했습니다. 그 덕분인지는 몰라도 군대를 다녀온 후부터는 건강이 좋아졌습니다.

기본에 충실해야 온전해진다는 사실을 어렴풋이나마 알게 되었습니다. 어떤 일을 하더라도 기본을 찾아 다스리면 일이 잘 풀리게 됩니다.

대학을 다니면서 붓글씨를 배울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붓글씨를 가르치던 분이 강조해 주시던 말씀이 붓글씨의 기본은 한일자를 잘 쓰는 것이라면서 몇 달간 옆으로 아니면 위에서 아래로 일자만 쓰도록 하셔서 일자만 썼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다면 삶의 기본은 무엇일까요? 삶의 기본은 사는 것입니다. 상황이 어떻든 살아보는 것입니다. 아무리 살리고 싶어도 본인이 죽겠다고 작정하면 아무도 살릴 방도가 없습니다. 본인의 의지가 작동하지 않은 상태로 살아가는 환자를 제외하고는 누구나 살겠다는 의지가 삶의 기본인 것입니다.

우리는 `삶의 기본이 무엇일까?'를 다시 고민해 보아야 합니다. 살아가면서 너무도 당연하기에 찾지도 돌보지도 않지만 나를 떠나지 않으면서 항상 나의 주인인 것이 있습니다. 무엇일까요? 바로 `마음'입니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이 마음을 잘 챙겨서 살아가는 것이 삶의 기본을 튼튼하게 하는 것입니다.

마음으로 살라 하면 누구는 마음으로 안 사는 사람이 있느냐고 반문할지 모르겠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누구는 돈 벌기 위한 기계로, 누군가는 친구와 우정을 돈독히 한다는 명분으로 매일 술로 사는 사람도 있습니다. 우리가 마음을 챙겨서 마음으로 만나고 마음으로 건네고 마음으로 위로하고 보듬어 주는 삶을 살고 있는지 신중하게 살펴볼 일입니다.

세상을 살면서 서로 도와주고 살아도 힘이 드는 세상인데 서로 헐뜯고 상처 내며 빼앗고 죽이는 삶을 산다면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점차 지옥으로 변하고 말 것입니다. 누가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어 주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고 그렇게 살아야 좋은 세상이 되는 것이지요.

논어에 본립이도생(本立而道生)이란 말씀이 있습니다. 아마 공자도 근본 즉 기본에 충실해야 살길이 열린다는 말씀일 것입니다. 사람들 행위의 근본이 마음인 것을 알았으니 새해에는 모두가 다 각자의 마음이 각자의 주인 되는 삶을 살면서 서로가 너나없는 마음으로 모두를 감싸주고, 티 없고 욕심 없는 마음으로 깨끗하게 살아갈 때 편안하고 행복한 한 해가 희망차게 전개되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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