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둥이를 기리며
검둥이를 기리며
  • 공진희 기자
  • 승인 2017.12.18 19: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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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 공진희 부장(진천주재)

“진희야, 검둥이 좀 불러다오”

“왜요?”

“아저씨들이 검둥이랑 놀고 싶어서. 데려오면 눈깔사탕 2개 주마”

눈깔사탕 한 개를 혓바닥 위에서 굴려가며 그 단물을 쪽쪽 빼먹고 또 하나를 손바닥 위에서 펴보이며 친구들에게 자랑하던 귓가에 검둥이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죽을 힘을 다해 겨우 사지를 빠져나오는 검둥이 뒤를 따라 나도 달리기 시작했다.

`검둥아'하고 부르는 소리에 검둥이가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더니 매질 당한 몸뚱이로 힘겹게 꼬리를 흔들었다.

어른들의 거짓말과 만행에 화가 나서, 눈깔사탕에 눈이 멀어 너무 쉽게 속아 넘어간 내가 미워서, 무엇보다 검둥이에게 너무 미안해서 죽어가는 검둥이를 끌어안고 엉엉 울었다.

잠시 후 환한 얼굴로 검둥이에게 다가오는 어른들을 향해 어린 진희가 앙칼지게 쏘아댔다.

“야 이 썅×들아, 검둥이가 돈을 달래 옷을 달래? 왜 우리 검둥이한테 지×이야?”

어린 아이의 독기어린 서슬에 놀란 어른들이 잠시 머뭇거리더니 이내 내 품에서 검둥이를 빼앗아갔다.

개는 가장 먼저 가축화된 야생동물이다. 인간에 의해 순화 사육되었다는 가장 오래된 기록은 페르시아 베르트 동굴의 것으로 서기 전 9500년경으로 추산된다.

야생의 개는 잘 짖지 않으나 가축화된 개는 기쁘거나 슬프거나 경계할 때 짖는다.

보통 길거리에서는 짖지 않으나 사람이나 다른 동물이 문 안에 들어서면 짖고 또 자기세력 안에서는 대단한 용맹성을 보인다.

특히 주인에게는 충성심을 가지며 낯선 사람에게는 적대심과 경계심을 갖는다.

이러한 습성에 힘입어 개는 야생 짐승에서 가축으로, 다시 애완동물에서 반려동물의 반열에 올랐다.

최근 유기견과 개 물림 사고가 사회 이슈로 떠오르며 사살 혹은 재입양 등 그 해법을 둘러싸고 논란이 한창이다.

주인에게 버림받은 유기견들이 야생화 되며 무리를 지어 다니면서 사람들을 위협하고, 주인의 부주의나 무지로 반려견이 다른 개를, 혹은 사람을 물어 다치게 하는 사고가 증가하고 있다.

애완동물은 갖고 놀다가 싫증 나면 내다 버리는 장난감이 아니다. 일정 정도 인간과 교감이 가능한 생명을 지닌 존재이다. 또한 반려견을 키우려면 반려에 대한 의미를 곱씹어 봐야 한다.

반려자 [伴侶者]란 ①`배우자'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②짝이 되는 벗 ③즐기거나 지녀서 마치 자신의 벗이 된 듯한 사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다음 국어사전)이다.

반려견은 주인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이웃, 다른 개들과의 사회적 상호작용 속에서 존재한다. 이 사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반려견을 키우는 기본이다.

올 한해 도드라진 유기견 논란을 지켜보며 어린 진희가 또다시 눈물을 흘리고 있다.

다가오는 무술년 황금개띠의 해에는 어린 진희의 눈물을 닦아주고 검둥이와 함께 맘껏 뛰노는 행복한 일상을 선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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