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음악으로 듣는 영화 `가을의 전설'
늦가을 음악으로 듣는 영화 `가을의 전설'
  • 이현호<청주대성초 교장>
  • 승인 2017.11.29 18: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예술산책
▲ 이현호

오래전 늦은 가을밤 TV에서 `가을의 전설'이란 영화 한 편을 보게 되었다. 처음에는 제목이 멋있어 보다가 영화의 아름다운 늦가을 풍경의 색채와 영화 주인공 브래드 피트의 매력에 점점 빠지게 되었다. 특히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영화의 배경음악이었다. 이 영화의 OST 중 제임스 호너의 `가을의 전설(The Ludlows)'이 최고의 감동을 주었다.

음악 도입부에 부드럽고 잔잔하면서도 약간 차갑고 스산한 피아노 솔로의 선율이 일품이었고, 이어지는 바이올린의 수려하고 아름다운 선율과 어우러지는 클라리넷의 목관의 깊은 음색은 멜로디의 아름다움과 현과 목관 악기의 어울림으로 내 맘속에 깊이 간직하게 된 아름다운 가을 음악이 되었다. 그리곤 이 음악이 너무 좋아 수소문하여 악보를 구하고 그 당시에 내가 지휘하던 오케스트라에 연습시켜 그 해 늦은 가을날 음악회에서 연주를 하곤 했던 기억이 난다. 아마 가을이 되면 모든 연주 단체에서 주 레퍼토리로 연주되는 아름다운 곡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영화 `가을의 전설'은 에드워드 즈윅 감독, 브래드 피트 주연의 1994년 작이다. `가을의 전설'은 몇 번 더빙되어 국내 방송국에서 방영되었고 지금도 종편 영화채널을 돌리면 자주 볼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영화의 배경은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 울창한 숲이 우거진 미국 몬태나 주의 농장이다. 원스텝이란 인디언이 평생 그가 지켜보았던 루드로우 일가의 일대기를 회상하는 형식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대령 러드로(앤서니 홉킨스)는 퇴역 후 몬태나 주의 인디언들과 함께 거대한 농장지대에서 세 아들과 함께 살고 있었다. 천혜의 자연에서 숲과 들판을 뛰놀던 소년들은 자연에서 살아가는 법을 배우며 밝고 건강하게 성장했다. 다들 강하게 자라났지만, 그중 트리스탄(브래드 피트)은 강인한 성격과 약간 반항적인 기질에도 불구하고 모든 이의 사랑을 받으며 커간다. 어느 날 유학 갔던 막내 새뮤엘이 약혼녀 수잔나를 데리고 나타나며 영화는 갈등과 가족사의 비극이 시작된다.

사랑스러운 수잔나를 보는 순간 형제들의 마음이 모두 흔들리며 영화는 한 여자 때문에 겪는 형제간의 갈등과 사랑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그러던 중 1차 대전이 발발하여 세 형제는 모두 전쟁에 참여했고, 새뮤엘의 전사와 알프레드의 부상 등 가족은 큰 결정적 어려움을 겪는다.

전쟁 후 트리스탄은 고향으로 돌아와 오랫동안 자신을 좋아해 왔던 농장 인디언의 딸 이사벨과 결혼했다. 그리고 아들딸과 함께 행복하게 사는 듯했으나, 아내의 억울한 죽음과 아내를 죽인 경찰을 때린 죄로 트리스탄은 투옥되었다. 감옥을 나온 후 복수 등 많은 이야기로 전개된다. 영화의 나레이션을 들으면 트리스탄은 1963년 어느 숲에서 곰과 대결을 벌이다가 자연으로 영원히 돌아갔다. 영화를 요약하면 제1차 세계대전 전후를 배경으로 한 여자 때문에 생긴 삼 형제 집안의 막장 스토리가 주 내용이다.

하지만 영화 `가을의 전설'은 우리 정서와 맞지 않은 내용이지만 장대한 스케일, 세피아톤의 색채, 가을이라는 단어가 가진 쓸쓸함, 그리고 풍요의 계절이 끝나고 늦가을로 접어드는 느낌과 잘 맞아떨어진다. 그 무엇보다도 `가을의 전설'은 영화 속에서 아름다운 대자연 풍광과 감동적인 음악이 모든 이들의 가슴속에 오랫동안 남지 않을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