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나는 화이트리스트 인가요?
그럼 나는 화이트리스트 인가요?
  • 강석범<한국교원대부설고 교사>
  • 승인 2017.11.22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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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산책
▲ 강석범

지난달 30일 국정원 개혁위원회가 박근혜 정부 당시 작성된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발표했습니다.

이날 국정원 개혁위원회가 밝힌 블랙리스트 명단에는 영화배우 문성근, 명계남, 문소리, 권해효, 방송인 하리수, 작가 공지영, 가수 윤도현, 영화감독 박찬욱, 장진, 이준익, 미술인 이철수, 임옥상 등 국민이 알고 있는 주요 인물들이 대거 포함돼 있습니다.

결국 블랙리스트 명단을 살펴보면 박근혜 정부에서 공개적으로 정부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던 문화·방송계 인물 이외에도 적게나마 정부 비판적 의견과 개인적인 신념을 내세운 예술인들이 모두 있습니다.

학교 현장에서 예술교육을 가르치는 필자는 학생들에게 이 상황을 도대체 어떻게 설명해줘야 할지 암담했습니다.

물론 개인 취향에 따른 문화·예술의 선호도는 당연히 인정받아야 하지만 정부 주도하에 이루어진 일종의 `선택적 강요'라는 점에서 그 심각성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얼마 전부터는 블랙리스트에 반하는 `화이트리스트'에 관한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급기야 확인되지 않은 실명이 SNS를 통해 무분별하게 전파되기도 했습니다. 과연 문화, 예술계에 블랙과 화이트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필자는 작년 이맘때쯤 정부주도의 문화예술 지원시스템인 `국가문화예술지원시스템'을 통해 올해 개인 미술작품전 창작 지원금을 신청한 적이 있었습니다.

신청자를 대상으로 심사위원 선정 작업을 통해 지원예술인을 선정하는 프로그램입니다.

당시 한창 블랙리스트 이야기가 나오는 시점 이어서 문화, 예술인들이 정부주관 예술지원금 신청에 심리적 부담이 있던 시기였습니다.

가까운 선배 지인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강 선생은 안될걸? 블랙리스트 아닌가? 떨어질 거 같은데 뭐 하러 신청해?”물론 농담이었지만 두고두고 머릿속에 여러 가지 생각이 스쳤습니다.

그런데 막상 필자가 국가문화예술지원금 선정 작가로 발표되자 기쁨은 잠시 “나는… 그럼 혹시 화이트리스트?”작년 블랙리스트 파동 이후 문화·예술계는 보이지 않게 블랙과 화이트에 대한 일종의 트라우마가 생긴 것 같습니다.

솔직히 그동안 우리 문화, 예술계에도 집권정부의 성향에 따라 일부 개인이나 문화, 예술 단체의 희비가 존재하기도 했지만, 그러나 그 문제는 지극히 개인 또는 이념을 같이하는 일부 단체를 통해 나타났지, 이렇게 드러내놓고 문화예술을 흑, 백으로 나눠 제시했던 경우는 군부독재 시절 이후 사라졌던 현상입니다.

필자는 조만간 `국가문화예술지원금'을 통한 예술창작 후원금을 기초로 개인작품전을 개최할 예정입니다.

그 지원금은 분명히 문재인 정부가 아니라 박근혜 정부 하에서 약속받은 지원금입니다. 개인전을 축하하는 지인들로부터 자주 이런 질문을 받습니다.

“혹시 문화예술지원금 받아서 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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