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수와 김탁환
김창수와 김탁환
  • 강대헌 <에세이스트>
  • 승인 2017.11.16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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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헌의 소품문 (小品文)
▲ 강대헌

몸이 피곤했지만, 영화 `대장 김창수(Man of Will, 2017)'를 봤어요.

영화의 영어 제목에도 `의지(will)'란 말이 들어가 있긴 하지만, 영화의 한 장면은 김창수(조진웅 분)가 감옥 안에서 무지렁이 죄수와 간수들에게 `유지경성(有志竟成)'이란 말의 뜻을 알려주는 것이었어요.

“뜻이 간절하면 마침내 이룬다.”

영화는 물었어요. “내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김창수는 그 대답을 찾았어요.

625일 감옥생활의 모진 시련과 경험을 통해 그는 사형을 기다리던 한 명의 죄수에서 많은 사람의 믿음을 얻은 대장으로 변화됐지요.

짐승의 눈을 갖고선 세상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감옥소장 강형식(송승헌 분)을 통해 배우기도 했어요.

먹으면 사라질 밥이 아니라 제 이름 석 자라도 쓸 수 있는 글이 무지렁이들에겐 구원이란 것을 김창수를 통해 느낄 수 있었어요.

사형을 앞둔 김창수에게 새 옷과 새 신을 지어 보내신 그의 어머니를 통해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고 당당히 가라!”는 말씀을 듣기도 했어요.

김창수는 죽고 백범 김구로 다시 태어났다는 역사적 사실을 소설로 연결시켜준 김탁환 작가가 무척 고맙더군요.

피곤했던 몸에서 나던 바스락거리던 소리가 어느덧 잠잠해졌지요.

영화를 보면서 작가는 “역사적 사실을 어떻게 소설로 쓰는갚 궁금했는데, 원작자인 김탁환 작가가 며칠 뒤 열린 북콘서트에서 같은 주제를 다룬다고 해서 반가웠어요. 그를 만나는 것을 주저할 이유가 없었죠.

2013년 가을에 그는 영화 `대장 김창수'에 대한 원작 계약을 했지만, 계속해서 글을 쓸 수가 없었다고 해요.

2014년 4월 16일에 일어난 `세월호'라는 비극적 사고가 그의 생각과 감정과 손을 단단히 묶어버린 겁니다.

술로 세상을 탓하던 그는 가수 김창완이 `노란 리본'이란 노래를 만든 것을 보고는 그제서야 다시 펜을 잡았다고 해요.

거친 숨을 단번에 몰아내듯, `목격자들'이란 책을 냈지요.

끊어졌던 신경과도 같았던 소설 `대장 김창수'를 다시 생각하게 된 그는 이전과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는군요.

거의 4년 전에 “인간은 파괴될지언정 패배할 수는 없다”는 헤밍웨이의 말을 벽에 붙여두고 `대장 김창수'를 쓰기 시작했던 그는 올해 봄에서야 김창수라는 거인의 어깨에 올라서서 `절망을 견디는 법'이란 레시피를 내놓았던 겁니다.

“역사소설이란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명제를 가슴에 품고 있는 김탁환 작가는 나름의 영업 비밀과 이런저런 비하인드 스토리를 털어놓아 재밌기도 했지만, 따뜻한 인간미가 느껴져서 더욱 기뻤어요.

북콘서트가 끝날 무렵, 안타깝게도 고인이 된 김관홍 잠수사가 소설 `거짓말이다'에서 자신의 사연을 써 준 김탁환 작가에 대해 그곳에서도 고마워할 것이라는 사회자의 위로 섞인 말을 듣고는 “그래도 그가 살아있으면 더 좋겠어요”라고 대답하더군요.

“어떤 말은 사람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살아남는다”고 합니다. 김탁환 작가의 말도 그랬어요.

/에세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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