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지진의 교훈
포항지진의 교훈
  • 임성재<칼럼니스트>
  • 승인 2017.11.16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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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논단
▲ 임성재

지난 15일 오후 2시 29분, 경북 포항시 북구 북쪽 6km 지역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했다. 지난해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8의 지진에 이어 역대 2번째 규모다. 이 지진은 전국 각지에서 감지되었고, 충북에서도 지진으로 인한 흔들림이 발생하여 주민들을 긴장시켰다.

이번 지진은 지난해 경주 지진에 이어 발생한 역대 2번째 규모의 큰 지진이어서 한반도가 결코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님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특히 경주에는 방사성폐기물처리장이 있고, 포항 인근지역에는 월성원자력발전소와 고리원자력발전소가 밀집해 있어 국민들에게 주는 불안과 공포는 더욱 컸다.

그런데도 전과는 달리 조금 마음이 놓였던 것은 긴급재난문자 안내 때문이었다. 건물이 흔들린다싶어 왜 그러지 하고 있는 사이에 전화기에서 긴급재난문자 수신음이 울렸다. 지진발생시간이 공식발표로는 오후 2시 29분인데 문자가 찍힌 시간은 오후 2시 30분이었다. 지진이 발생하고 1분도 안되어 긴급재난문자가 전국적으로 발송된 것이다. 그리고 오후 4시 49분에는 규모 4.6의 비교적 강도가 센 여진이 발생했는데 이번에도 안전에 주의하라는 긴급재난문자가 지진이 발생한지 1분만인 오후 4시 50분에 수신되었다. 이렇게 긴급재난문자를 실시간으로 받게 되자 지진이 더욱 생생하게 느껴졌고, 대피해야 하는 상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으며 국가가 재난 상황을 정확히 알고 컨트롤하고 있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이게 뭐지' 하고 다 지난 다음에 뉴스를 보고서야 `그게 지진이었구나' 하고 알게 될 때와는 재난을 대하는 마음이 전혀 달라졌다. 그러면서 정부의 재난대책을 신뢰하는 마음도 생겼다.

특히 하루 앞으로 다가온 대학수학능력시험을 1주일 연기한 결단은 무엇보다도 국민의 안전을 우선으로 한 결정으로 박수받아 마땅하다. 일부 언론에서는 지진이 발생하지 않은 지역에서의 학교 혼란과 수험생들의 고충을 들어 과한 처사라는 보도도 있었으나 여진의 여파와 포항지역 학교건물의 안전성, 포항지역 수험생들의 심리적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면 당연한 결정이었다. 물론 일주일 후라고 해서 재난으로부터 안전하다고 보장할 수는 없으나 현재의 상황에서는 최선의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그 어떤 상황의 고려보다도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려는 정부 의지의 결단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긴급재난문자 발송이나 발 빠른 정책결정만으로 재난대책을 다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지진의 가장 큰 피해를 본 한동대 학생들의 안전 대피는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준다. 지난 경주 지진 이후 대피 훈련을 철저히 받았기에 사상자와 큰 부상자 없이 학생들이 침착하게 대피하는 모습은 우리에게 앞으로 어떤 교육을 해야 할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더 이상 우리나라가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인식을 확산하고 지진에 대처하는 교육을 철저하게 시켜야한다. 천재지변은 피할 수 없는 재앙에 가까운 재난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과할 정도의 준비와 훈련으로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만 한다.

이제부턴 재난대비교육을 필수 교과과목으로 정해서 교육하는 것도 고려해봄직하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부터 대학교에 이르기까지 모든 교육기관이 참여하는 대피훈련을 반복함으로써 재난은 남에게만 일어나는 재앙이 아니라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일이 중요할 것이다.

또한 피해지역과 규모를 신속히 파악하여 피해를 입은 주민들이 대피해야할 장소나 위험지역에 대한 통제 등에 대한 정보를 빠르게 전해주는 일도 중요할 것이다. 따라서 대한민국의 어느 지역에서 재난이 발생하든 중앙의 재난담당부서와 재난 지역의 관공서, 언론사가 즉각적으로 공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도 재난에 대비하는 시급한 과제이다.

이번 포항 지진사태는 정부의 재난대처 능력과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지만 대피훈련과 재난을 수습하는 능력에서는 미흡했다는 아쉬움을 남겼다. 이를 계기로 중앙정부는 물론이고 지자체들도 재난대처 시스템과 재난훈련교육을 확고히 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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