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옛날이여!
아 옛날이여!
  • 이준희 기자
  • 승인 2017.11.15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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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 이준희 차장(제천주재)

이웃사촌이란 말이 무색하게 제천의 한 작은 마을에서 이웃끼리 서로에게 무차별적인 인신공격과 욕설이 난무하는 난장판이 벌어지고 있다.

제천시 대랑동 90여명(48가구)이 채 되지 않는 한 작은 마을의 주민들이 통장을 중심으로 편이 갈려 기득권 싸움을 하고 있다.

주민들은 인심 좋기로 이름난 동네가 이렇게까지 된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하면서도 한 치의 양보도 없이 10여년 넘게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10여년 전만 해도 50여가구 200여명이 정주 여건은 열악하더라도 형, 동생 하며 허물없이 정을 나누던 마을이었다.

자본주의와 물질만능주의에 침식되고 있는 현실이지만 후덕하기로 소문난 농촌마을 인심이 현 사태에 이르기까지는 여러가지 복합적인 사안들이 산재해 있다.

발단은 토박이 마을 어르신들이 후대를 위해 공동으로 매입한 토지가 단초가 됐다.

1950년대 매입한 공동 토지 매각건과 마을 회관 신축문제로 불거진 이기심으로 고소 고발이 난무하며 공동체 의식을 한 줌의 모래성과도 같이 만들었다.

특히 현재 통장의 갑질이 논란의 쟁점으로 부각되며 분란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그동안 주민들은 `통장의 갑질에 더 이상은 못 참는다'며 제천시 고충위원회에 진정하는 등 수차례에 걸쳐 시와 주민자치센터에 호소했지만 귀 기울여주는 곳은 없다고 하소연했다.

일부 주민들은 자신과 뜻이 맞지 않는다고 동에서 지급되는 쓰레기봉투나 소외계층에게 전달되는 연탄, 공공근로 제외, 발전기금 내역 비공개, 귀촌인에게 욕설 등 통장의 갑질은 극에 달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그들은 통장 해임안 서명부를 작성해 9년간 통장을 맡고 있던 A씨를 해임시키기 위해 마을 총회를 열어 찬반투표를 진행하기로 했지만 통장이 사임을 하며 일단락 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신임 통장 선거에 다시 후보로 출마할 것임을 천명하며 갈등은 지속될것으로 보인다.

통장으로서 마을 일을 보다 보면 모든 주민에게 만족을 줄 수는 없지만 피해나 소외된 마음을 갖지 않게 하는 것이 마을을 대표하는 자의 도리이다.

주민들이 신뢰해 선출한 통장으로서 뜻이 맞지 않고, 말을 따르지 않는다고 불이익을 주는 행동은 도가 지나친 처사다.

또한 주민자치센터의 기관장인 동장의 경우도 매한가지다.

마을의 문제를 어느 쪽의 대변을 할 수가 없어 중립된 입장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는 하지만 마을 자체가 붕괴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수수방관하고 주민들의 결정에만 의존하는 자세는 기관장으로서 책임을 회피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동을 대표하고 주민을 대표하는 위치에서 주민들을 다독이며 도움 주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콩 한쪽도 나눠 먹으며 애경사에 같이 울고 웃던, 끼니 걱정에 한숨이 나와도 이웃들과 오순도순 정을 나누던 그 시절이 그립다. 아 옛날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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