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잘 것 없는 풀 한 포기! 그것이 돈이다
보잘 것 없는 풀 한 포기! 그것이 돈이다
  • 우래제 교사 (청주 원봉중)
  • 승인 2017.11.15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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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이야기
▲ 우래제 교사 (청주 원봉중)

우리 집에 보잘 것 없는 시시한 풀 한 포기가 있다. 옆집의 부자가 이것을 슬며시 가져가 근사한 먹거리를 만들어 자랑한다. 게다가 내게 비싼 돈을 내고 사라고 한다. 배가 아프지만 어쩌랴! 내 자식들이 그 먹거리가 좋다고 난리를 치니 어쩔 수 없지 않은가? 울며 겨자 먹기로 비싼 돈 내는 수밖엡. 웬만하면 조금 나눠줄 수 도 있으련만 국제 사회에서는 어림없는 이야기이다. 그 먹거리가 바로 수입산 콩, 밀, 피클을 만드는 오이 등이다. 그리고 화훼용 백합구근이고 크리스마스트리의 구상나무, 미스김라일락 등이다. 아주 오래전에 우리나라에서 반출된 생물자원이 우리의 주머니를 털어가는 것이다.

세계 곳곳에서 비슷한 일이 수없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러던 중, 1992년 제넨코(현 듀폰)는 케냐의 보고리아 호수에서 표백제로 사용할 수 있는 박테리아를 찾아내 청바지를 탈색시키는 천연제품을 개발했다. 이에 케냐 정부는 제넨코가 자국의 생물자원을 무단으로 사용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결국 제넨코는 제품에서 얻어지는 수익 일부를 케냐 정부와 보고리아 호수 인근 주민에게 박테리아 사용료를 주게 되었다. 이 사건은 생물자원의 주권을 주장하게 된 계기가 됐고 나아가 2010년 나고야 의정서가 채택됐다.

대부분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의 생물유전자원을 활용해 이익의 대부분을 가져가 생물자원을 보유한 개발도상국가와 갈등을 일으키게 됐다. 이런 폐해를 막기 위해 협의한 결과 `생물 유전자원을 이용하는 국가는 그 자원을 제공하는 국가에 사전 통보와 승인을 받아야 하며 유전자원의 이용으로 발생한 금전적, 비금전적 이익은 상호 합의된 계약조건에 따라 공유해야 한다'는 것이 나고야 의정서의 핵심이다.

우리나라도 지난 8월 국무회의 의결로`나고야의정서'가 국내에서 발효됐다. 따라서 외국의 생물자원을 이용할 경우 대가를 지불해야 하고 외국이 우리 생물자원을 사용할 경우 대가를 받을 수 있다. 문제는 우리와 주변 국가가 가진 생물자원이 유사하고 중국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많은 생물자원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화장품과 의약품 업계는 많은 원료를 중국으로부터 수입해 사용하는데 이익의 10% 정도를 요구할 태세이다. 그 금액이 최대 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중국의 생물유전자원 이용 시 반드시 중국 기업과 합작하도록 하여 기술 유출의 우려도 낳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과도한 요구에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기존에 빼앗긴 생물자원이야 어쩔 수 없더라도 우리 것을 알고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좁은 국토에 비해 생물종다양성이 높아 아직도 찾을 생물자원이 많다. 그리고 이들 자원을 이용하기 위한 자료구축이 필요하다. 특히 독도 주변의 자원을 철저히 조사해 일본이 시비를 걸 수 없게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해외 생물자원을 이용하기 위한 광범위한 연구가 필요한 시기이다.

중국이 우리에게 압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은 사드 보복과 생물자원의 무기화뿐이겠는가? 중국이 오랫동안 공을 들이고 있는 동북공정은 더 큰 문제이다. 백제, 고구려, 발해의 역사를 자신들의 역사로 만들고 나아가 황하문명보다 1~2천년 앞선 홍산문화까지 자신들의 역사로 만들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유·무형의 문화유산마저 무기화하겠다는 장기적인 포석이 아니겠는가? 우리는 중국과 많은 정신문화가 겹쳐 있다. 이래저래 정신 바짝 차려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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