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톡깨톡~~
깨톡깨톡~~
  • 권진원<진천 광혜원성당 주임신부>
  • 승인 2017.11.09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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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자의 목소리
▲ 권진원

1995년 학생 시절 친구의 부탁으로 점심때를 이용해서 근처를 잠시 다녀온 적이 있는데 청주시 율량동에 있는 옛 한국통신 건물이었습니다.

1층 로비를 지나 안쪽으로 들어가니 인터넷 사용이 가능한 오픈된 PC가 여러 대 놓여 있고 사용자들이 자유롭게 이용 가능하도록 꾸며 놓았습니다. 친구는 그곳에 앉더니 컴퓨터 자판으로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는 것이었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PC통신이란 것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우와~ 어떻게 하는 거야? 재밌겠다” 하면서 감탄사를 늘어놓았습니다. 그 친구는 인터넷을 이용해 일본에서 sony의 MD 플레이어를 주문하고는 며칠 후 배송이 되었다고 자랑을 늘어놓았습니다. `참 신기한 세상이다. 이젠 온라인으로 모든 일이 이뤄지려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IBM 컴퓨터의 상용화와 90년대 인터넷 보급으로 사람들은 천리안, 유니텔, 나우누리, 하이텔 등의 ~~텔 이라는 이름의 PC통신을 접하게 됩니다. 그때의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지금은 2년 전 천리안 PC통신을 마지막으로 모든 서비스가 종료됐습니다.

퍼스널 컴퓨터가 집집마다 생기고 사람들은 포털사이트에 계정을 만들고 e-mail을 이용하며 인터넷 세상에 발을 들여놓았습니다. 가상공간에서의 소통의 장들이 만들어지고 아이러브스쿨, 버디버디, MSN 메신저, 세이클럽 등을 거치면서 친구를 만나고 만들며 이야기와 친교를 나누었습니다. 유행처럼 이런 인터넷 공간에 익숙해져 갔습니다.

발전을 거듭한 인터넷은 이젠 스마트폰이라는 현대인들의 필수품을 통해 새로운 만남의 장이 만들어졌습니다. 지금의 카카오톡, 페이스북, 트위터, 밴드, 라임 등의 앱을 이용합니다.

일대일 대화방에서 단체대화방까지 여러 개의 만남과 이야기를 주고받는 인터넷 공간이 생겼습니다. 거의 실시간으로 한 사람의 일거수일투족을 알 수 있고 모든 삶이 오픈됐습니다. 가상공간에서의 사람 사이의 거리는 물리적 거리와는 무관하게 너무나 가까워졌습니다. 심지어는 옆에 붙어 있는 것처럼 자신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참으로 편리하고도 유익한 기능과 정보들이고 기술입니다.

저도 이런 현대문명의 혜택으로 가상의 공간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중요한 회의시간 중에 계속해서 “캐톡”하며 연속으로 울리는 알람으로 인해 민망함을 느꼈습니다. 끝나고 앱을 열어 내용을 보니 `밥 먹었어, 나 지금 어디 식당 어디야, 음식 사진 보여주고, 어제 본 TV 얘기하고 실시간 검색어 이야기에 사건·사고 등…' 순간 `나 지금 뭐 하고 있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에이 그만 단톡방에서 나와야겠다 마음을 먹고 탈퇴를 하려는데… 이거 혹시 나가면 이 친구들이 연락 안 하고 멀어지려나, 어쩐다??' 후회할까 머뭇거리면서 일단은 모든 SNS 앱의 알람 기능을 꺼 놓았습니다. 실시간으로 오던 띵동이 없어진 것이었습니다. 그냥 일상처럼 스마트폰을 들고 의미 없이 열어보던 그 앱들을 차단하고 나니 자유스러웠습니다.

자유를 만끽하고자 했던 가상공간에서의 만남이 어쩌면 `그 틀 안에 나를 가두어 놓은 감옥은 아니었나?' 하고 자신에게 물어봅니다. 그리하여 매순간의 삶이 족쇄가 되어 얽매여 살면서도 벗어나지 못하는 늪에 빠져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언젠가 가상공간에서 만나고 소식을 접할 수 있기에 친근하고 허물없으며 가깝게 느껴지는 듯 보이지만 사실 그들과의 물리적 거리와 마음의 거리는 멀어지고 있었는지 모릅니다. 겉으로만 표현되는 폰사진으로 친구를 만나고 대화를 하고 상대방이 보여주려고만 하는 어쩌면 의도된 삶의 단면만을 보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젠 그만 쉽게 쓰는 타자와 폰의 글자가 아니라 손 편지로 정을 나누며 얼굴 보고 이야기하는 때를 자주 만들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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