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리리후 휘리리후
휘리리후 휘리리후
  • 민은숙<괴산 동인초 사서교사>
  • 승인 2017.11.06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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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 민은숙

표지부터가 조금 미묘하다. 주전자 두 개가 있는 그림으로 보인다. 그러나 또 자세히 보면 코끼리 두 마리가 노는 그림 같다. 알록달록한 문양을 손으로 따라 그려보다 코끼리 눈을 찾아본다. 손끝으로 윤곽을 따라 그려보다 손잡이구나 싶어 웃음이 나온다.

이번에 소개할 책은 창의력이 돋보이는, 작가가 고심해 이야기를 꾸미고 상상력으로 그려낸 책. 휘리리후 휘리리후(한태희 글·그림, 웅진주니어)를 소개하고 싶다.

처음에는 살짝 당황스러운 책일 수도 있다. 일단 아랫줄을 다 읽고 끝까지 간 후 다시 뒤집어 읽는, `바로 보고 거꾸로 보는 그림책'이다. 이야기 구성은 간단하다. 카드놀이를 하려는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카드가 사라졌다. 그래서 카드를 찾기 위해 집을 나서, 여러 모험을 겪고 결국 집으로 돌아와 카드놀이를 한다는 이야기다.

사실 그림책을 읽을 때 언제부터인가 `책을 읽은 후에 뭔가 남을 것. 교훈이나 지식을 쌓을 수 있는 책'을 주로 찾는 것 같다. 아이들이 읽을 책이니 뭔가 남는 것, 배우는 것이 있을 것이 선정에 중요 요소가 되는 거 같다. 학습과 어떻게 연계시킬까도 고민하게 된다.

그러나 이 책은 순수하게 `책을 보는 즐거움'을 위한 책이다. 위, 아래로 책을 뒤집으며 그림을 보고 그림의 방향에 따라 달라지는 그림을 보고 즐거워하면 된다. 그런데, 여기에 카드를 찾는 이야기를 엮어 놓았다. 그림 자체만으로도 즐길 수 있지만, 카드를 찾는 모험을 함께 따라가는 느낌이 드는 책이다. 그림만 봤다면 조금 질렸을 수도 있으나, 그림과 이야기가 어우러져 몇 번이고 다시 읽어도 지겹지 않다.

초등학교 국어활동 1학년 2학기에 수록도서 목록으로 실려 있는 책이다. 출판사도 그래서인지 표지에 `초등 교과서 수록'을 강조하는 느낌이다. 하지만 이 책의 그림 한 컷만 등장한다. 교과서에 전문이 제공되지 않는 책이다. 그래서 책을 읽고, 그림을 보는 즐거움을 얻으려면 이 책을 제대로 읽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위, 아래로 책을 뒤집으며 읽을 수 있는 책은 많지 않다. 교과서에 수록된 `오리야?, 토끼야?(에이미 크루즈 로젠탈·아이맘)'이나, `미술 속의 마술(알렉산더 스터지스 엮음, 보림)' 처럼 착시현상을 이용한 책들과 함께 즐겨보는 것도 추천한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다. 그런데 너무 인문이나 예술, 고전교육을 강조하고 있는 탓에 `지식으로의 책 읽기'를 아이들에게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지 않나 하고 반성해 보게 된다. 가을에는, 그냥 즐거운 책 하나 읽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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