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와 가을의 앙상블 '바흐의 커피 칸타타'
커피와 가을의 앙상블 '바흐의 커피 칸타타'
  • 이현호<청주대성초 교장>
  • 승인 2017.10.18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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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산책
▲ 이현호

가을 저녁에는 따뜻한 커피 한 잔이 그리워집니다. 며칠 전 충북 보은에서 열린 로비 음악회에 들렸다가 커피를 주제로 한 음악회를 감상하며, 바로크 시대에도 커피가 유행했고 클래식 음악사에 위대한 업적을 남긴 세바스티안 바흐가 커피를 사랑하는 커피 마니아란 걸 알았습니다. 음악회의 주제는 `바흐의 커피 칸타타'였습니다. 이 날 연주의 하이라이트는 `바흐의 커피 칸타타'를 노래하는데 소프라노 가수가 커피를 예찬하는 노래와 플루트의 아름다운 선율이 향기로운 커피를 더욱 우아하게 만들었습니다.

커피 광고로 친숙한 `칸타타'(Cantata)는 이탈리아어의 `칸타레'(cantare, 노래하다)에서 유래됐습니다. 칸타타는 기악곡을 뜻하는 `소나타'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가사가 있는 다 악장 성악곡을 가리킵니다. 17세기 초 이탈리아에서 발생한 이 성악곡은 대개 소규모 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되며 독창, 중창, 합창 등으로 된 짧은 곡들로 구성됩니다.`커피 칸타타'라는 별명으로 알려진 바흐의 `칸타타 BWV 211'은 커피하우스에서 연주된 일종의 커피 광고 음악이었습니다.

바로크 시대의 대표적 음악 장르인 오페라를 한 작품도 남기지 않은 바흐였지만 세속 칸타타라는 성악 장르는`사냥', `결혼', `농부', `커피' 등 오페라에서 다룰 법한 주제를 갖고 자유롭게 독창적으로 음악을 풀어냈습니다. 그 중에서도`커피 칸타타'는 규모만 작을 뿐, 코믹 `오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풍자와 익살이 넘치는 작품입니다.

`커피 중독'에 걸린 젊은 아가씨의 이야기를 커피하우스에 어울리도록 유쾌하게 풀어낸 이 작품은 바흐가 희극적인 내용을 음악적으로 전개해가는 데 있어서도 뛰어난 감각이 있었음을 보여주는 좋은 예입니다.

`커피 칸타타'는 대부분의 칸타타가 그러하듯 아리아와 레치타티보가 번갈아 배치돼 있으며 전체 10곡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커피 칸타타'의 내용은 커피를 좋아하는 딸 리스헨(소프라노)과 커피를 끊으라고 강요하는 아버지 슐레드리안(베이스), 해설자(테너)까지 세 명의 독창자가 등장합니다. 공연은 해설자의 레치타티보 `조용히! 잡담은 그치시오'(1곡)로 시작됩니다. 관객의 주의를 모아놓고 해설자가 물러나면, 아버지 슐레드리안이 퉁명스런 톤으로 `자식을 낳아봐야 아무 소용도 없다'(2곡)라고 노래하는데, 그 이유는 딸 리스헨이 자신이 그토록 말리는 커피를 마시기 때문입니다. `커피는 어쩌면 이렇게 맛있을까'(4곡)라고 노래하는 리스헨의 아리아는 작품 전체에서 가장 유명한 곡으로`커피'라는 단어가 여러 번 반복되는 가운데 플루트의 유려한 선율이 음악을 풍성하게 만듭니다. 딸의 고집을 꺾을 수 없다고 판단한 아버지는 최후의 수단으로 결혼을 시키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결국 딸은 커피를 마시지 않겠다며 굴복하고 맙니다. 그러나 영리하게도 딸은 약혼자와의 혼인 계약서에 커피를 허락한다는 약속을 받아내며 원하는 결혼과 커피를 모두 얻게 됩니다.

파란 가을 하늘, 살랑 바람, 서늘한 가을 달, 따뜻한 커피와 함께 가을로의 여행을 떠나 보세요. 그리고 이어폰으론 바흐를 감상하며 아름다운 낙엽 속으로의 아름다운 계절 여행을….



* 레치타티보(recictativo) : 오페라나 오라토리오, 칸타타 등에서 낭독하듯 노래하는 방식.

* 아리아(aria) : 오페라와 오라토리오, 칸타타 등에 나오는 선율적인 독창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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