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히 한다는 것
적당히 한다는 것
  • 백인혁<원불교 충북교구장>
  • 승인 2017.10.09 18: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유의 숲
▲ 백인혁

여유로운 연휴를 보내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발걸음들이 가벼워 보입니다. 심신의 휴식을 취하고 난 사람들의 발걸음이 가벼워 보이는 것은 다시 무엇인가 해 보려는 기운이 샘솟고 자기가 해야 하는 일들이 새로움으로 다가오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런데 막상 일상으로 돌아가 그간 해오던 일들과 마주하고 보면 그동안 쉼 없이 계속해온 듯한 감이 있을 것입니다.

이럴 때 어떤 사람은 그간 해왔던 일이지만 전혀 새로운 마음으로 입사한 기분으로 일을 시작하는 사람이 있고 어떤 사람은 일의 연속선상에서 일을 시작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두 부류의 사람이 똑같이 휴가를 사용하고 일상에 복귀했지만 일의 능률 면이나 스스로가 받는 스트레스, 마음의 고통이나 육신의 피로 등에서 나타나는 차이는 엄청날 것입니다.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을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막연한 말을 하는 것 같지요. 이럴 때 떠오르는 말 한마디가 있습니다.

제가 어렸을 적에는 먹을 것이 부족하던 시절이었습니다. 밥이 부족 할라치면 어머니는 양푼에 밥을 비벼놓고 여러 명의 동생과 같이 먹도록 하셨습니다. 이럴 때는 서로 조금이라도 더 먹으려고 싸우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면 어머니는 `적당히 먹어라'하시는 것입니다.

그 말씀을 들을 때마다 적당히 먹는 것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이 가지 않았으나 속으로 동생들에게 양보하면서 사이좋게 나눠 먹으라는 말씀이겠거니 하였습니다. 지금도 적당하게가 얼마 만큼인지 헤아리기란 쉽지가 않습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내가 먹어야 할 만큼을 뜻하든지 아니면 굶어 죽지 않을 만큼일 것이라고 미루어 생각해 봅니다.

그런데 적당하게가 삶을 살아가는 데 많이 필요합니다. `적당히 놀고 공부해라.' `적당히 자고 일해라.' `적당히 일하고 좀 쉬어라.' 등등 그 상황에 꼭 필요한 만큼만 하는 것이 적당히 일진데 그만큼 맞추어 살아가기가 쉽지 않지요.

살면서 자기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물질은 자기가 조금만 노력을 해도 쉽게 얻을 수가 있습니다. 그러면 왜 그렇게 죽도록 일을 하느냐고 묻지 않을 수가 없지요. 그 외의 노력은 다 남을 위해 준비하고 남을 위해 쌓아두고 남을 위해 일을 하는 것입니다. 거기다가 하나 더한다면 자신의 명예나 욕심을 위해 일을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욕심이나 명예를 위해 무엇인가를 하다 보면 그 끝은 어디일지 가늠조차 할 수가 없게 됩니다. 그러면 꼭 넘치거나 부족하기 마련입니다.

살아가면서 우리 모두가 내게 필요한 만큼만 모든 것을 사용하다 놓고 가는 것이 인생이라는 것을 알기만 한다면 우리는 적당하게가 얼만 큼인지 쉽게 가늠이 갈 것입니다.

적당히는 힘에 부치면 그만 멈추고 쉬어야 합니다. 피곤하면 쉬어야 합니다. 힘들면 도움을 요청해야 합니다. 배가 부르면 숟가락을 놓아야 합니다. 그것이 적당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 적당히는 꼭 이만큼이라고 단정할 수가 없습니다. 사람마다 가진 힘과 크기가 다 다르니까요.

그런데 적당해야 새 힘이 솟아요. 너무 많이 쉬면 가기가 싫어지고, 너무 한 방면으로 계속하면 습관이 되어 다양한 상황을 받아들이기가 어려워집니다. 수없이 많은 상황에 부드럽게 응하고 헤쳐나가려면 언제나 적당하게를 유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우리 주위에서 발생하는 일들이 아무리 다양하다고 해도 내가 적당함을 유지한 상태로 맞이한다면 자연스럽게 또는 여유롭게 다가오는 상황에 대처해 갈 수 있을 것이며 우리에게 주어진 삶의 소명을 충실히 이행해 갈 수가 있을 것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