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궁극 및 학교의 존재 이유
교육의 궁극 및 학교의 존재 이유
  • 방석영<무심고전인문학회장>
  • 승인 2017.09.0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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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 論
▲ 방석영<무심고전인문학회장>

처서와 추분 사이에 위치해 있는 24절기 중 하나가 백로(白露)다. 매년 양력 9월 7, 8일 무렵에 백로라는 절기가 들며, 올해는 어제 19시 44분경에 입기(入氣) 되었다. 이때쯤이면 어김없이 밤 기온이 뚝 떨어져 풀잎이나 물체에 이슬이 맺힌다고 해서 절기의 이름이 흰 이슬이란 뜻의 백로(白露)다. 입추는 지난 8월 7일 17시 52분경에 입기(入氣) 되었지만, 본격적인 가을은 태양이 황경 165도를 통과하는 시점인 백로부터다. 이 때문에 옛 사람들이 백로라는 절기를 특히 중시하면서, 늦어도 백로 전에 벼가 패고 나락이 여물기 시작해야 풍년이 들고, 백로가 지나서 여무는 나락은 결실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인간도 벼와 다르지 않다. 벼가 백로라는 절기가 시작되기 전에 패어 여물기 시작해야 풍년을 기대할 수 있듯이, 인간 또한 중2~고2의 청소년기에 심신의 조화로운 성장을 꾀하면서 올곧고 원만한 인격을 형성해야만 성공적 삶을 담보해 낼 수 있다. 이 때문에 청소년 교육은 가정, 학교, 학원 할 것 없이 올곧고 원만한 인격 형성에 초점을 맞춘 전인교육이 우선시 돼야만 한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청소년 교육은 훌륭한 인격자를 양성해내는 전인교육은 차치하고, 사회 진출 후 경제 활동을 위해 필요한 단순 지식 및 기능적 측면에 대한 교육 및 청소년들에 대한 생활 지도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여기저기서 우후죽순처럼 온갖 비행 청소년들의 악행이 속속 드러나는 것이 바로 우리나라 청소년 교육의 바로미터고 현주소이기 때문이다.

부산 피투성이 여중생 사건에 이어 강원도 강릉에서 발생한 10대 여성 청소년들이 또래 여성 청소년을 집단 폭행한 사건, 충남 아산에서 10대 청소년들이 같은 또래의 학생을 감금하고 폭행한 사건, 서울의 한 특성화고에서 수업 중인 교사를 폭행한 학생이 학교 측으로부터 아무런 징계 없이 이틀 뒤 타 학교로 전학 간 사건 등등 언론에 보도된 몇몇 사건들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는 데서 문제의 심각성은 더욱더 크다. 뿐만 아니라, 최근 언론에 보도된 사건들의 경우에서 확인되는 것처럼, 의자 유리병 등으로 100여 차례 폭행, 6명이 1명을 무차별 폭행, 모텔 감금 후 온몸을 쇠파이프로 구타하고 담뱃불로 허벅지를 7차례나 지지는 등 그 잔혹성이 이미 단순 청소년 비행의 도를 넘는 중대한 범죄 행위라는 데서 시급한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어제저녁 백로를 기점으로 천지간에 가득 차기 시작한 본격적인 가을 기운을 숙살지기(肅殺之氣)라고 칭한다. 끝없이 뻗어나가는 나뭇가지와 생명으로 넘쳐나는 신록의 나뭇잎을 엄격하게 규제하고 단호하게 멈춰 세우는 것이 가을의 숙살지기다. 끝없이 가지와 잎을 키우는 나무는 겨울을 넘기지 못하고 얼어 죽는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생각과 말과 행동이 타인 및 사회에 악영향을 미친다면 즉시 멈추고 그칠 줄 알아야만, 이 세상에서 함께 더불어 살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몸속에 똬리를 튼 암세포를 잘라내듯, 단호하게 세상 밖으로 격리시키는 것이 자연의 섭리다. 또한 추수 때가 되면, 가라지를 가려내 불사른 뒤, 곡식만을 모아 곳간에 넣을 수밖에 없다. 소년법상 형사 미성년자 기준 연령을 낮추거나 형량을 조정하는 등의 제도적 장치 보완 및 마련은 당연하다 못해 늦은 감마저 있다. 차제에 교육의 궁극 및 학교의 존재 이유에 대한 전면적인 성찰 및 재검토에 따른 올곧은 백년지계(百年之計)가 수립·정착될 수 있기를 서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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