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품 맞장구
일품 맞장구
  • 박숙희<청주시문화관광해설사·아동문학가>
  • 승인 2017.08.20 19: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화해설사에게 듣는 역사이야기
▲ 박숙희

정유년 8월 입추 지나, 마음의 문을 열고 더 자세히 직지 책 속에 오묘한 이치를, 가진 것 없이 줄 수 있는 삶으로 반추하려는 「직지」상권 마흔일곱 번째 이야기는 조과 화상의 말씀이다. 전문적인 이해를 돕기 위해 부산 화엄사 주지 각성 스님의 `직지'번역 및 강해(1998년) 등을 참조했음을 밝힌다.

조과 화상이 시자 회통이 어느 날 사직하고 가려 하므로 조과 화상이 “너는 지금 어디로 가느냐?”회통이 말하기를 “제가 법을 위해 출가했는데, 화상의 자비를 베풀어 가르쳐 주심을 입지 못했기 때문에, 지금 다른 곳으로 가서 불법을 배우러 갑니다.”조과 화상이 말씀하시기를 “그와 같은 불법일진데 나의 여기에도 또한 조금 있느니라.”조과 화상이 몸에 입고 있던 누더기에서 실오라기를 들어서 입으로 부시니 시자가 이에 크게 깨달았단다.

조과 화상은 졸면 공부가 되지 않으니까 잠을 자지 않으려고 높은 나무에 올라가서 공부를 하셨단다. 회통이란 스님이 적소 도림 선사 밑에서 시중을 들고 시자 노릇을 하면서 3년 이상 모시고 법을 배우려고 했는데 아무것도 가르쳐 주지를 않았다. 그래서 다른 곳으로 가서 불법을 배우겠다고 조과 화상에게 인사하고 가는 것이다.

조과 화상이 입고 있던 누더기에서 빠져나온 털을 입 바람으로 불어서 날려 보내는 것을 회통이 보고 크게 깨달았다는 것이다. 연산군 때 불법이 사태를 만나서 벽계정심선사가 직지사 부근 물한리라고 하는 골짜기에 토굴을 지어놓고 결혼하고 머리도 기르고 살았단다. 그래서 벽계정심선사에게 법을 배우려고 그 선사를 찾아왔었단다. 서산 휴정의 스승이 부용영광이고 부용영광 스승이 벽송지엄이고 벽송지엄 스승이 벽계정심선사란다.

벽계정심선사 밑에서 벽송지엄선사가 법을 배우려고 3년 이상 오래 시중을 들고 있었는데, 법은 가르쳐 주지 않고 그 부인과 함께 낮에는 밭을 일구거나 나무도 하고 그 외 아침저녁으로 좌선만 하더란다.

그래서 어느 날 지엄선사가 정심선사에게 `간다는 말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 인사도 하지 않고 짐을 꾸리고 떠나려고 하였다. 그것을 노파가 보고는 언덕 너머에서 일하고 있는 벽계정심선사에게 벽송이 짐을 싸서 간다고 알려주었다.

그래서 벽계가 `조금 더 못 견디고 그냥 가는구나!'하고 부랴부랴 밭에서 흙 묻힌 채로 가서 보니까 벽송이 벌써 먼 거리까지 가고 있었단다. 노파가 말하기를 “스님이 아무것도 가르쳐 주지 않으니까 다른 데로 법을 배우러 간다고 합디다. 스님이 잘 좀 지도했으면 안 가고 오래오래 붙어 있을 것인데, 아무것도 가르쳐 주지 않으니까 저렇게 떠나는데 아까운 인재를 놓치면 되겠습니까?”

노파의 말을 듣고 문을 박차고 나가서며 “벽송아!”하고 불렀다. 벽송 스님은 그 말에 대답도 하지 않고 `저놈의 노장 보기도 싫고 듣기도 싫다.'고 해서 대꾸도 하지 않고 가던 길을 가고 있었다. 그런데 벽계 스님이 계속 고성으로 자기를 부르니까 고개를 돌려서 그쪽으로 보았다. 그때 벽계 스님이 “법 받아라!”하고 벽력같이 소리를 질렀는데 그 소리를 듣고 도를 깨달았단다. 그래서 다시 와서 벽계정심선사에게 정식으로 “제가 너무 경솔했습니다.”하고 정식으로 인사를 드리고 더 오래 시중들고 법을 완전히 받았단다.

인내의 한계를 느끼는 것은 더 이상 못 참겠다는 것.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홧김에 툭 나오는 말. 실수하고 상처주고 다치는 일이 너무 많지 않은지. 정유년 입추도 지났으니 가을을 기다리며, 오오! 네에! 어쩌면! 등으로 일품 맞장구 잘 치어 봄도 나쁘지 않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