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심불가득, 현재심불가득, 미래심불가득
과거심불가득, 현재심불가득, 미래심불가득
  • 법원<청주 능인정사 주지 스님>
  • 승인 2017.08.17 19:4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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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자의 목소리
▲ 법원

`과거심불가득, 현재심불가득, 미래심불가득'이 말은 부처님의 말씀을 들은 대로 설해 놓은 금강경의 한 대목이고 금강경은 수보리존자의 질문에 대한 부처님의 설법입니다.

부처께서는 마음은 마음이 아니라 그 이름이 마음일 뿐이라고 했고, 마음은 그 어떤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니어서 모두가 꿈과 같고 환영과 같으며 그림자와 같고 물거품과 같아서 과거의 마음도 가히 얻을 수 없고, 현재의 마음도 얻을 수 없으며, 미래의 마음도 가히 얻을 수 없다고 했습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이렇게 살아왔지만 과거의 마음을 쓰면서 살아온 적이 없고, 또한 미래의 마음을 쓰면서 살아온 적도 없습니다. 오직 우리가 쓸 수 있는 마음은 순간순간이었을 뿐이지요. 과거라고 생각하고 미래라고 생각하는 그 생각만이 있을 뿐이지 실제로 과거나 미래의 마음은 본 적도 써본 적도 없습니다. 다만 우리가 과거다, 미래다, 현재다 하고 이름 지어 놓았을 뿐 우리는 늘 순간을 살고 있습니다.

과거에서 현재를 거쳐 미래로 시간이 흐른다는 개념을 만들어 놓고는 우리 스스로 그 개념에 얽매여 과거 때문에 걸려서 괴로워하고 미래 때문에 걸려서 괴로워할 뿐이지 본디 시간이란 개념 또한 텅 비어 공할 뿐입니다.

우리는 순간순간을 살아왔을 뿐 과거를 살아온 적은 없습니다. 과거는 텅 비었고, 실체가 없습니다. 설사 과거가 있다 하더라도 과거는 지나갔습니다. 과거의 마음을 그 어디에서도 얻을 수 없고 찾을 수도 없습니다.

미래 또한 실체가 없습니다. 미래라는 이름이 있을 뿐, 도대체 그 누가 미래를 본 적이 있습니까?

언젠가 미래가 있을 것이라고 가정한다고 한들 그것은 언젠가 있을 예정일 뿐 현존인 것은 아닙니다.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고, 오지 않은 것은 말 그대로 오지 않은 것입니다. 실존이 아니지요. 지금까지 살아오며 나를 살게 한 것은 오직 지금 이 순간이었지 결코 과거도 미래도 아니었습니다. 과거도 미래도 텅 빈 비실체적 관념일 뿐이고 이름일 뿐입니다.

현재는 어떠한가요?

우리는 과거나 미래를 살 수 없고 순간의 현재를 살 뿐이니 현재의 마음은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겠지요? 그렇지 않습니다. 현재의 마음은 순간순간 인연 따라 상황 따라 조건 따라 찰나로 생했다가 그 인연이 다하면 찰나로 멸하는 것입니다. 현재라는 찰나 또한 마음은 없습니다. 본바탕은 오직 무심(無心)이지요.

본래 아무것도 없는 바탕에 인연의 바람이 휘몰아치면 인연에 따라 마음이 잠시 움직일 뿐입니다. 일반적일 때, 별일이 없을 때 우리 마음은 없습니다. 이것이 우리 모두의 본래 마음이고 본성이지요.

본래는 텅 빈 무심이고, 무위고, 무작(無作)이고 무주입니다. 그러나 조건이 생겨날 때 자연스럽게 우리 마음도 함께 일어납니다. 마음이 일어나는 것은 독자적이지 않고 조건적이지요.

평상심은 조건과 상황을 만나면 온갖 마음을 만들어 냅니다. 문제는 마음이 아니라 조건이고 상황이지요. 마음 안에서 스스로 온갖 마음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조건과 상황에 따라 마음을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그렇듯 마음엔 실체가 없습니다. 현재에 일어나는 이 마음조차 고정된 실체가 없는 상황과 조건의 그림자일 뿐입니다. 그 상황이 지나고 나면 그 마음도 사라지고, 다음 상황이 올 때 또 다른 마음이 생겨납니다. 그렇게 조건에 따라 인연 따라 만들어졌다 사라지는 것이지요.

그러니 어디에서 현재의 마음을 찾겠습니까? 그 마음은 실체가 아니고, 환영처럼, 꿈처럼, 물거품처럼 파도쳤다가 사라져갈 뿐입니다. 그러니 그 어떤 마음에도 집착할 것이 없다는 것이지요. 과거의 마음에도 현재의 마음에도 미래의 마음에도 집착할 것이 없다 했습니다 .

지금, 밖에는 햇볕이 나고 매미가 울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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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식 2017-12-04 06:51:15
하지만 지금의 나는 과거의 나의 생각과 행동들이 모여서 지금의 나가 아닙니까 그러니 과거가 없다고 하나 과거의 연장선상에 있고.... 미래또한 오늘의 생각과 행동들이 모여서 미래의 나가 아닙니까...? 그러니 과거나 지금의 현재이고 지금의 현재가 미래의 나가 아닙니까...그러니 과거나 현재나 미래나 모두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