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 동물왕
최강 동물왕
  • 민은숙<괴산 동인초 사서교사>
  • 승인 2017.07.31 19: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 민은숙

일하면서 책을 고를 때 여러 가지를 주의해서 고르는 편이다. 예를 들면 학습에 사용되는 도감은 항상 우선순위로 구입하고, 어느 한 분야가 치우치지 않게 책을 고르게 구입하려고 한다. 아이들이 골고루,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총류부터 역사까지의 책을 적어도 일 년에 한 번은 볼 수 있도록 수업을 구성하고, 행사를 기획한다.

그러다 보니 가끔 내 취향이 아닌 분야의 책은 고르기가 난감할 때가 있다. 특히 종교와 과학 중 동물 관련이 그렇다. 종교는 각자의 믿는 바가 다르니 수업하기 애매한 주제라서 그렇고, 과학 중 동물 부분은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분야라서 그렇다. 그런데 종교는 그렇다 치더라도, 동물은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분야 중 하나다. 유치원 남자 아이들에게 공룡 이야기를 해 주면 공룡 책을 읽겠다며 서로 싸운다. 책을 안 읽겠다고 우기는 초등 저학년 남자애에게 “사자와 호랑이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라는 질문을 하면 눈빛이 달라진다. 그러니 어쩌겠나. 책을 읽히려면 내가 동물에 대해 공부하는 수밖엔 없다.

좋아하지 않는 것을 억지로 하는 건 괴롭다. 그래도 조금은 더 재밌게 읽을 수 있도록, 나를 위해 고르기도 한 책이다. `최강 동물왕'(학연 컨텐츠 개발팀·다락원)이다.

그렇다. 딱 봐도 짐작할 수 있듯, 이 책은 `만약 동물들끼리 싸운다면 누가 이길 것인가?'라는 가정하에 24마리의 맹수들, 멸종동물들을 대상으로 토너먼트 식으로 싸우면 누가 이길 것인가에 대한 결과 보고서 같은 책이다. 사는 곳에 따른 제약은 없다는 가정에 따라 동물들이 순수하게 링에 오르면 이렇게 싸울 것이라는 보고서다.

처음에는 사실 정말 유치하다고 생각하면서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은근 흥미진진하다. 체중과 크기, 싸울 때 어떤 식으로 싸울지에 대해 사실을 근거로 진지하게 분석해 놓았다. 또한 세 장면 정도의 싸움 장면을 통해 이 동물의 움직임과 습성에 대해 알 수 있다. 무엇보다 별로 관심도 없던 동물들을 어느새 응원하고 있다. 최강 동물왕은 과연 누가 될까 하는 궁금증도 생긴다. 동물의 특성과 습성을 외우게 된다.

최근 중·고등학교의 수업 중 다양한 프로젝트 수업 사례가 많다. `내가 한국 축구선수단의 감독이 되었는데 팀 구성 및 훈련 프로그램을 작성하라', `보은에 어떤 공공시설이 더 필요할 것인가?' 등 다양한 사례를 주고 학생들 스스로 조사하고 정리해 발표했다. 이 책도 결국 내가 좋아하는 동물과 동물이 싸우면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한 사례를 연구 분석한 보고서다.

2학기에 `나의 엉뚱한 머리카락 연구(이고은·웅진주니어)'라는 그림책을 보여 주고, 관찰을 통해 조사하고 자료를 분류하는 방법에 대해 수업을 해볼까 했다. 그런데 이 `최강 동물왕'을 보니 더 욕심이 생긴다. 자료를 조사하고 분류해서, 그 자료를 가지고 이렇게 활용한다면 얼마나 더 멋진 일일까 싶다. 시간이 한참 더 걸리겠지만 언젠가 할 수 있다면 참 기쁠 것 같다.

방학이니까 이 책을 읽고 난 후, 형식을 본떠 내 나름의 곤충편을 작성해 보는 것은 어떨까 싶기도 하다. 몇몇 곤충의 특성을 정리하고 싸우면 어떻게 될까라는 보고서를 써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공룡은 없느냐고 할 것 같은데, 최강 공룡왕은 얼마 전에 신간으로 나왔다. 방학 끝나면 바로 이 책부터 사야 할 것 같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