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의회의 책임감 실종사태 유감
충북도의회의 책임감 실종사태 유감
  • 석재동 기자
  • 승인 2017.07.20 20: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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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 석재동 부장(취재1팀)

지난 16일 청주시를 비롯한 충북 중부권을 강타한 최악의 물난리를 뒤로하고 외유성 해외연수(유럽)를 떠난 충북도의회 의원들이 국민적 지탄의 대상이 됐다.

통상 지방의원들의 일탈행위는 해당지역내에서만 논란이 될뿐 전국적인 이슈가 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이들의 해외연수가 얼마나 국민들의 지탄을 받을만한 행동인지는 굳이 여러 말로 설명할 필요가 없다.

국민들의 비난 목소리는 단순하고 명료하다. 사회지도층이자 충북도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할 의무이자 책임을 부여받은 충북도의원이 최악의 물난리로 고통받고 있는 것을 외면한 채 예정돼 있던 해외연수를 포기할 경우 물어내야 하는 1인당 위약금 250만원이 아까워 비행기를 탄 행위는 무엇으로도 설명할 수 없고, 용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외유를 떠나기 하루전인 17일 청주를 비롯한 수해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줄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던 도의원들의 행위는 위선의 끝판왕이라 할만하다.

김학철 도의원(자유한국당·충주1)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해외연수를 떠난 자신들을 비난하는 국민을 향해 “세월호부터도 그렇고, 국민들이 이상한, 제가 봤을 때는 뭐 레밍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집단 행동하는 설치류(쥐) 있잖아요”라고 불만을 터뜨려 국민들을 아연실색케 했다.

국민을 쥐로 보는 정치인의 말로가 어떤지는 국민들이 잘 알고 있다.

선출직 지방의원은 당선과 동시에 거기에 걸맞은 권한과 책임이 생기기 마련이다. 도의원이라면 설령 자신과 직접 연관되지 않은 일이라도 자신을 찍어준 도민을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야 할 상황이 생기고, 또 다른 상황에선 얼굴을 붉히면서까지 무언가를 챙겨야 하는 책임감도 필요하다.

공교롭게 책무를 방기한 도의원 2명이 급거 귀국한 이날 낮 괴산군 칠성면 괴산수력발전소 사무실 건물 옥상에서 김모 소장이 목을 매 숨지는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왔다.

괴산댐을 관리하고 있는 괴산수력발전소는 지난 주말 집중호우 때 홍수 조절에 실패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김 소장의 정확한 사망 경위는 아직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고 있지만, 주위에선 `책임감'과 그의 죽음을 연관짓고 있다.

유럽행 비행기에 탑승한 도의원들은 비행기 좌석에 앉는 순간 모든 것을 내려 놓을 각오를 했어야 한다.

책임지지 않는 정치인에게 지방의원이라는 자리는 너무 버겁고 크기 때문이다.

너무도 뻔하고 흔한 내용으로 조합한 장황한 사과와 쥐구멍에라도 숨고픈 듯한 몸짓이 시간을 되돌려 놓을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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