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 아니면 알 수 없는 것
여행이 아니면 알 수 없는 것
  • 정선옥<충북중앙도서관 사서>
  • 승인 2017.07.10 19: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 정선옥

이병률의 여행에세이 `안녕 다정한 사람'에서 소설가 은희경에게 여행이란 낯선 사람이 되었다가 다시 나로 돌아오는 탄력게임이라고 했다.

내게 여행은 쉼, 재충전, 선물이다. 여행 가고 싶지만 현실은 출근할 때 여행을 주제로 한 팟캐스트`손미나의 싹수 다방'을 들으며 위안을 삼았다.

도서 `여행이 아니면 알 수 없는 것(손미나 저·씨네21북스)'은 나영석 피디, 개그우먼 송은이, 로봇공학자 데니스 홍 등 개성 있는 열네 명의 사람과 손미나의 인터뷰, 그들의 여행이야기를 풀어놓은 에세이다. 제일기획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에서 책방 주인이 된 최인아의 인도 여행기, 학교에 다니는 대신 홈스쿨링으로 공부한 젊은 친구 임하영이 읽은 책과 프랑스, 독일 여행기가 흥미로웠다. 방송에도 소개되었던 윤상의 페루여행기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여행을 통해 수동적이고 이기적인 자신을 되돌아보고, 한 단계 성숙한 모습으로 발전한다.

손미나는`여행지에서 걷는 일은 매순간 가슴이 두근대며 설레는 모험'이라고 말한다. 작년 겨울, 딸과 하염없이 걸었던 도쿄의 신주쿠 거리가 떠오른다. 길가의 오래된 가옥은 고즈넉하면서 정갈한 모습이었다. 우리는 경험 많은 여행자처럼 낯선 도시를 활보했다.

건축가 오 기사는 갔던 데 또 가는 여행이 좋다는 말을 한다. 익숙한 듯 낯선 그 느낌, 과거의 기억이 떠오르는 즐거움도 경험하고 싶다. 해외여행은 늘 새로운 곳만 찾던 내게 작은 변화가 생길 듯하다. 출판사 에디터 이영미는 다시 돌아오기 위해 떠나는 것이 여행이라고 말한다.

얼마 전 손미나의 강연을 들었는데 그녀의 당당함, 열정, 도전하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강의 주제는 내 삶의 주인공으로 살아가기였다. 3개월 만에 아나운서 시험에 합격한 취업 도전기, 선망의 대상인 아나운서를 그만두고 여행 작가로 새 삶을 살게 된 내용은 타성에 젖은 내게 신선한 자극이 되었다. 그녀는 바쁠수록 쉬어가는 쉼표의 중요함, 나는 누구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기, 손자병법의 손무처럼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을 자신의 경험담을 중심으로 풀어놓았다. 떠나고 싶지만 여건상 가지 못하는 요즘, 작은 위로가 된다.

책 뒷면에 적혀 있는 글이 와 닿는다. “여행이란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다름을 인정하고 자신의 뒷모습을 마주하며, 일상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일 그렇게 나만의 우주를 넓혀가는 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