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와 윤달 (閏月)
불교와 윤달 (閏月)
  • 법원<청주 능인정사 주지 스님>
  • 승인 2017.07.06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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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자의 목소리
▲ 법원

2017년 7월1일 오늘은 윤 5월8일이다.

보통 윤달은 3년마다 한 번씩 드는데 불교와 연관성이 깊다.

윤달은 태음력의 날짜와 계절이 어긋나는 것을 막기 위해 끼워 넣은 달이다.

태음력은 한 달을 30일과 31일로 구분하는 태양력과 달리 29일과 30일로 정해 놓았다.

태음력의 한 달은 정확히 말하면 29.53일이다. 때문에 윤달을 두지 않고, 태양력과 태음력이 맞물려 돌아가게 된다면 십여 년 후에는 오뉴월에 눈이 내리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다시 말해 윤달은 태음년인 354.36일과 태양년인 365.24일간의 차이를 없애기 위해 넣은 달이다.

흔히 윤달은 덤으로 생긴 달이기 때문에 부정이나 액이 없어서 `윤달에는 송장을 거꾸로 세워도 탈이 안 난다'는 속담까지 생겼다. 그래서 윤달을 `공달', `덤달', `여벌달'이라고 부른다.

우리 조상은 윤달에는 인간세계를 관장하는 신들도 쉰다고 믿어서 혼례를 치르거나 수의를 짓고, 이사나 묘지 이장 등 평소에는 쉽게 할 수 없었던 집안 대소사를 해결했다.

요즘도 이런 풍습은 그대로 이어져 윤달이면 이장에 관련된 일이나 이삿짐센터 이용요금이 높아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지역별로 윤달을 길한 달이라고 여기기도 했고, 흉한 달로 여기기도 했는데, 경북 청송 지역에서는 윤달은 육갑에서 벗어난 달이기 때문에 `부처님 달'이라고 길하게 여겼고, 충남 홍성 지역에서는 윤달에는 병이 많이 발생했다고 해서 악달[惡月]이라 하여 좋지 않은 달로 여겼다고 한다.

이렇듯 윤달은 시대와 지역에 따라 길월과 흉월로 구분돼 전해지고 있다.

반면 불교에서는 윤달을 길흉을 넘어 복과 공덕을 짓는 달로 여겨왔다.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는 `윤달이 되면 광주(廣州) 봉은사(현 서울 봉은사)에 장안의 부녀자들이 몰려와 불공을 드렸는데, 이런 모습은 윤달이 다 가도록 끊이지 않는다'고 나온다.

오늘날 일반적으로 행해지는 윤달의 불교의례는 생전예수재와 삼사순례, 가사불사가 대표적이다.

생전예수재는 불교의 윤회관에 따라 다음 생에 갚아야 할 과거, 현생의 업을 대비해 미리 재를 올려 보살행의 실천을 서원하는 의례다.

윤달이 든 전달에 입재해 윤달에 맞춰 49재를 회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삼사순례는 세 곳의 절을 참배하며 불보살에 귀의하겠다고 다짐하는 행위이고, 가사불사 역시 윤달에 스님에게 가사를 지어 올리면 큰 공덕을 쌓을 수 있다 해서 윤달 대표 불교의례로 자리 잡았다.

불교에서는 윤달을 이렇게 `나와 남을 위한 복을 짓는 기간'으로 본다. 즉, 여분의 달에 액막이 또는 길한 행사를 하기보다 여분의 시간인 만큼 개개인의 발심과 수행에 더욱 매진하라고 강조한다.

민속학자 구미래 씨는 저서 <나 그리고 우리를 위한 복 짓기>에서 “불교에서는 윤달을 복과 공덕을 짓는 달이라 보고 있다.

윤달에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구분하기보다 나와 남을 위해 복덕을 쌓는 시간으로 승화시켜 왔다”면서 “윤달은 우리에게 덤으로 주어진 비 일상의 시간이기에 평소 부족했던 마음공부에 힘쓰고, 부처님 가르침을 실행으로 옮기는 기간이 되도록 이끌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불교에서 윤달은 단순히 남는 달이 아니라 스스로의 업장을 소멸하고, 바른 마음가짐으로 복을 짓는 기간이다.

평소 신행활동에 부족함을 느끼는 불자라면 이 윤달이 가기 전에 열심히 수행 정진하고 복덕과 공덕을 쌓아 보기를 권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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