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방송민주화를 생각한다
다시 방송민주화를 생각한다
  • 임성재<칼럼니스트>
  • 승인 2017.06.22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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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논단
▲ 임성재

10년 만에 정권이 교체된 후 언론계에도 적폐청산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 이명박근혜 정권에서 언론을 송두리째 정권에 헌납하고 개인의 영달을 누려온 언론부역자들의 명단이 발표됐다. 그리고 그들을 언론계에서 몰아내기 위한 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국민의 재산인 공영방송을 정권의 도구로 전락시키고 국민이 외면하는 방송을 만들어 버린 공영방송 사장에 대한 퇴진운동이 가열 차다.

방송사 사장 퇴진운동은 30년 전에도 있었다. 6·10민주항쟁 이후 민주화의 요구가 봇물처럼 터졌을 때 방송계에서도 방송민주화운동이 일었다.

당시 방송인들은 정권의 나팔수로 전락했던 방송에 대한 뼈저린 반성을 하면서 국민의 방송으로 되돌리기 위한 투쟁에 나섰다. 방송민주화의 첫 걸음은 그때도 역시 사장퇴진이었다.

방송사 사장이 방송에 미치는 영향력이 매우 컸던 만큼 정권이 자신들의 입맛대로 임명한 사장을 몰아내는 일이 급선무였다.

그리고 오랫동안 함께 일하면서 사원들에게 존경받으며 그 능력도 인정받는 자기 방송사 출신을 사장으로 세우는 것이 당시 방송인들의 꿈이었다.

언론노동조합의 오랜 투쟁과 끊임없는 방송인들의 노력이 결실을 맺어 공영방송에서 자사 출신을 사장으로 배출하기 시작했고, 방송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단계에 이르렀었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서부터 또다시 방송계는 암흑기로 접어들었다. 자사 출신 사장을 임명하되 노골적으로 정권의 입맛에 맞는 사장을 골라 임명했고, 사장들은 정권의 요구를 충실히 따랐다.

그들은 수십 년을 방송에 종사했다는 경력을 앞세워 전문가임을 자처하며 방송을 정권의 나팔수, 하수인으로 전락시켰던 것이다.

그들의 횡포는 법과 상식을 뛰어 넘었다. 노동조합 활동을 탄압하고 단체협약을 파기하는 만행을 서슴지 않았고, 자신들의 말에 고분고분 따르지 않는 유능한 기자와 PD들을 직무와 아무런 관련 없는 부서로 보내는 등의 횡포로 방송의 질과 사명을 스스로 저버렸다. 이런 결과는 세월호 참사를 보도하는 과정에서 극명하게 나타났다.

사백 여명의 승객이 탄 여객선이 침몰했는데 그들은 현장취재나 사실보도보다는 `전원구조'라는 오보를 날리며 정권의 눈치 보기 에 급급했다.

소위 공영방송을 자처하던 방송사들의 이런 행태는 국민의 분노를 넘어 세계의 조롱거리가 되었다. 그 결과 그들이 `케이블채널'이라고 비하해온 JTBC에게 국민의 방송, 공영방송의 권위를 넘겨주고 말았다.

촛불집회 현장에서 취재기자가 쫓겨나기도 하고, 카메라에 붙인 방송사마크를 떼고 들어가야 취재가 가능할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그러나 공영방송의 경영진들은 자신을 임명한 정권의 눈치 보기에만 급급한 할뿐 방송의 사명이나 국민들의 알권리에는 관심조차 없었다.

그렇게 정권에 빌붙어 개인의 영달을 누렸으면 정권이 바뀌면 당연히 그 직에서 물러나는 것이 최소한의 인간적 도리일 법한데 그들은 뻔뻔하기까지 하여 스스로 물러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시민들도 KBS와 MBC 구성원들과 함께 양 사의 사장 퇴진운동에 나섰다. 그들이 물러나지 않고는 공영방송 바로세우기는 공염불이기 때문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방송은 큰 변화를 겪어 왔다. 권력을 잡으면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파급력이 막강한 방송을 장악하고 싶은 유혹은 누구나 느끼게 될 것이다. 그렇기에 공영방송은 어느 정권도 손을 댈 수 없는 중립적인 지배구조가 되어야 한다.

정권이 임명하는 이사회에서 선출되는 사장이 공정한 사장이 될 수 없음은 자명하다. 따라서 이번 KBS와 MBC 사장 퇴진운동은 양 사의 사장퇴진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권도 방송을 장악하지 못하도록 중립적이고 영구적인 제도를 만들어가는 첫 걸음이 되어야 할 것이다.

KBS 고대석 사장과 MBC 김장겸 사장은 하루 빨리 물러나야한다. 그 길만이 공영방송을 국민의 품으로 돌려주는 길이다. 국민들의 분노를 더 이상 외면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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