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과 공장사이
농장과 공장사이
  • 공진희 기자
  • 승인 2017.06.11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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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 공진희 (진천주재)

두 달 만에 다시 번진 AI(조류인플루엔자)가 위기경보 심각단계로 격상되면서 AI악몽이 되살아나고 있다.

충북도내에서는 지난해 11월 16일 음성군 맹동면의 오리 농장을 시작으로 6개 시군 85곳 가금류 농장에서 고병원성 AI 확인판정이 나왔다.

음성, 진천, 청주, 괴산, 충주, 옥천지역 가금류 농장 108곳 392만여 마리가 살처분됐다.

주로 추운 계절에 발생하던 AI가 초여름 무더위가 찾아온 2017년 6월에 재발하자 관계자들은 AI가 토착화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똑같이 AI에 감염됐음에도 철새에 비해 닭과 오리의 폐사율이 높은 것은 밀식사육시스템에 의한 것으로 판단하기도 한다.

충북도 재난안전연구센터 조진희 전문위원은 충북연구원이 지난 3월 발간한 포커스 134호에서 `충북 AI의 예방적 방역관리 측면 개선 방안'이라는 글을 통해 “이번 AI 피해는 음성군과 진천군 접경지역 하천에서 가까운 축사에서 많이 나왔는데, 축사가 몰려있는 곳이 철새 도래지인 데다 닭과 오리 밀식환경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현재의 사육시스템은 동물원이나 체험농장을 떠올리는 동물농장과는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이 시스템에서 닭에게는 생명의 개별성이 사라지고 닭고기나 달걀을 생산하는 하나의 제품으로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감염된 닭과 오리는 살처분과 매몰을 기다리며 유통기한 지난 통조림 신세가 된다.

사육시설 설치를 위해 대출을 선택한 농민은 AI와 대출금의 덫에 걸려 업종변경이나 폐업을 하기가 쉽지 않다.

감염기간에는 외부 전파가 우려돼 고립된 채 생활하기 십상이다.

행정조직은 대책기구를 구성해 인력과 예산 등 행정력을 집중한다.

닭과 오리의 유통이 금지되고 관련차량의 이동이 통제되며 식당가는 된서리를 맞는다.

일반시민들은 철새도래지나 사육농가 방문을 자제하고 AI발생국가 여행을 자제하며 개인위생을 철저히 한다.

여기에 가뭄까지 겹치며 농수축산물 가격이 들썩인다.

이쯤되면 재앙수준에 가깝다.

그러나 언제든 재발할 수 있는 생산과 유통,소비 구조는 그대로 유지한 채 소독횟수를 늘리고 이동을 제한하는 것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안고 사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상시 실태조사와 사전 검역체계마련은 기본이다.

사육 시스템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와 농민부담을 줄이고 소비자가 안심할 수 있으며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농민과 유통관계자,소비자,전문가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진솔하고 담대하게 지혜를 모을 수 있는 논의의 장이 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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