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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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은숙<괴산 동인초 사서교사>
  • 승인 2017.05.01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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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 민은숙

책을 읽다 보면 가끔, 내가 느낀 이 감동을 다른 사람도 함께 느껴주기를 원해서 억지로 읽거나 소개해 주는 적이 있다. 이번에 소개할 책`우주호텔(유순희 글·해와 나무)'이 그렇다.

이 책은 6학년 1학기 수록도서이다. 그래서인지 책에 자꾸 눈이 갔다. 언젠가는 읽어봐야지 했다가, 읽는 학생이 너무 많아서 못 읽고 넘어간 책이었다. 교과서에 나오는 책이라 대출이 잘되나 보다 하고 무심히 생각했다. 대출자가 좀 줄어들고 나서 간신히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책이 얇으니 금방 읽고 내용을 파악해 두어야지 라고 생각했는데 읽기 시작하니까 도저히 멈출 수가 없었다.

이 느낌을 뭐라고 해야 할까. 그냥 길을 잘 걷고 있다가, 너무 슬퍼져서 펑펑 울다가, 그래도 씩~ 한 번 웃고는 다시 길을 가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책을 읽고 울컥한 건 오래간만이다. 대학 시절에, 하치 이야기를 도서관에서 서서 결국 다 읽어버린 적이 있었는데, 그 이후에 오래간만에 서서 다 읽고 눈물 참느냐 고생한 책이다.

폐지를 주우며 살아가던 종이 할머니가 있다. 그러다가 메이라는 한 소녀를 만나게 된다. 메이는 종이를 주워 파는 종이 할머니에게 자기 스케치북을 모아 가져다준다. 메이는 자기 스케치북에 그려진 우주 호텔에 대해 설명해준다. 자기의 친구인 외계인 뽀뽀나를 소개해 준다.

마지막은 메이에게 뽀뽀나가 있는 것처럼, 종이 할머니에게도 눈에 혹이 난 할머니와 함께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아…줄거리를 잘 요약해서 말하기가 애매한 책이다. 그냥 평범한 이야기라면 평범한 이야기인데도, 왜 이리 가슴이 뭉클해지나 모르겠다. 내가 외로워서 그런 거일 수도 있고, 그래도 나에게도 저녁에 같이 이야기할 친구가 있어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책을 다 읽고 나서 표지를 다시 한 번 살펴보니 왼쪽 구석에 할머니 두 분의 그림자가 보인다. 할머니 두 분은 아마 생강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거 같다. 생활은 결코 두 분에게는 상냥할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두 분은 서로 도닥이면서 살아갈 것 같아 안심된달까. 읽고 나니 나는 두 분 할머니께 깊이 공감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이 책의 그림을 그려주신 분처럼 나도 메이와 뽀뽀나도 언젠가는 좀 더 다른 시선으로 읽을 수 있는 날이 올 거 같다.

맨 마지막에, 친구 정애에게 쓰는 작가의 말이 있다.“나를 만드신 이가 이 땅에 나를 보낼 때 슬픈 일이 많을 줄 아시고, 두 가지를 선물해 주셨어. 하나는 글을 쓰게 하신 것, 또 하나는 너를 친구로 주신 것. 이 우주 호텔에서 이십 년이 넘도록 차를 마시며, 내 이야기를 들어준 네가 있어서, 슬픔보다는 기쁨과 설렘, 웃음이 더 많았음을 고백한다.”라는 글이다.

그 글을 읽고 내 친구가 불연 듯 생각났다. 지역은 멀리 떨어져 있지만, 그래도 그 친구 덕분에 많이 웃고 위로받았던 것이 생각났다. 문자 보내서 만날 날을 잡고, 이야기를 나누며 우주호텔에서 메이와 뽀뽀나처럼, 두 분 할머니처럼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외로움에 무뎌지고, 덤덤히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은 아닌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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