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그리고 3년
세월호 참사, 그리고 3년
  • 임성재<칼럼니스트>
  • 승인 2017.04.13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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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논단
▲ 임성재

세월호가 뭍으로 올라왔다. 햇빛 한 점 들지 않던 바다 속 깊은 심연에서 햇빛의 광장으로 올려 진 것이다. 세월호는 자신이 기울어지고 침몰하면서 겪어야했던 아픔의 상처와 시간들을 고스란히 품은 선체를 드러냈다. 옆으로 누운 거대한 몸통은 그동안 머릿속으로 그 날 `이랬을 것이다'라고 상상해온 모습보다 훨씬 더 참혹했다. 숨 쉴 공간조차 없어 보이는 그 안에 아직도 아홉 사람의 시신과 영혼이 가족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미어진다.

오비이락(烏飛梨落)인지는 모르겠으나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자 이렇게 손쉽게 인양되어 뭍으로 올라온 세월호를 3년 동안 수장시켜온 이유를 알 수 없다. 어쨌든 지금의 최우선 과제는 아직 찾지 못한 미수습자의 시신이나 유골을 수습하는 일이라는데 이견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선체의 모습을 보면 미수습자를 찾아내는 일도 만만해보이지 않는다. 긴 시간과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젠 포기해선 안 된다. 배에서 찾지 못하면 바다 속을 샅샅이 뒤져서라도 단 한사람도 예외 없이 수습하여 가족의 품에 안겨야 한다. 이것은 국가가 국민에게 해야 할 당연한 의무이다. 유가족들이 울부짖으며 탄원하고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싸울 일이 아니었다. 헌법에 명시된 당연한 국민의 권리를 보장받아야하는 일이었다.

최근에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국가의 노력을 잘 보여준 사례는 칠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기 4년 전인 2010년 8월 5일, 칠레 북부의 산호세 광산에서 매몰사고가 발생했다. 지하 700미터에 있는 갱도가 무너져 33명의 광부가 지하에 갇혔다. 그리고 그들은 69일 만인 10월 14일에 전원이 구조됐다. 이 구조장면은 미국의 CNN과 영국의 BBC의 전파를 타고 전 세계에 실시간으로 중계되었다.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은 현장에서 구조되어 올라오는 광부들을 일일이 껴안아주었다. 그리고 그는 “세계가 기다린 일을 우리가 해냈다”며 “가장 위대한 점은 우리가 가족을 위해 싸워 나가고 싶었다는 것”이라고 연설했다. 마지막 광부가 구조된 후 거기에 모인 모든 사람들이 칠레국가를 자랑스럽게 부르는 모습은 전 세계인을 감동시켰다. 산호세 광산의 인근도시인 코피아포 시내 광장의 대형스크린 앞에 모인 3천여 명을 비롯한 칠레국민들은 광부 한 사람 한사람이 구조될 때마다 `칠레여 영원하라'를 외치며 응원했다.

69일간의 매몰 후 광부 33명 전원이 구조된 칠레의 산호세 광산 매몰사건은 칠레 국민들에게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큰 자신감을 주었다. 그들은 산호세 광산을 국가기념물로 지정하여 미래세대를 위한 희망의 상징으로 삼았다. 이 사건은 국민의 생명은 어느 것보다 소중한 것이며 국가가 지켜야할 최대의 자산이라는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세월호사고가 일어난 후 배가 곧 침몰하는 위급한 상황을 앞에 두고 재난의 컨트롤타워인 청와대와 각료들이 보여준 대처는 이것이 국가인지를 의심케 할 정도였다. 거기에 세월호 사고를 자동차 교통사고에 비유하기도 하고, 민간 해운사의 잘못이라며 정부에는 책임이 없다고 하는 자도 있었고, 비용이 많이 드는 인양을 포기하라는 등의 주장을 펴는 이들도 있었다. 심지어 특별법으로 출범한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는 출범과 함께 정부 측 위원들의 망발과 사퇴로 반쪽 위원회로 전락하여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한 채 막을 내렸다.

이젠 `세월호선체조사위원회'가 출범했다. 세월호 선체조사를 통해 침몰의 진실을 규명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그러나 그 이전에 얼마의 시간이 걸리던, 얼마의 비용이 들던 미수습자들을 찾아 가족의 품에 돌려드리는 일이 최우선과제다. 제도나 법, 국가조차도 국민의 생명보다 우선할 수는 없다. 그리고 3년을 팽목항에서 그 바다를 바라보며 견뎌온 미수습자 가족들의 슬픔과 아픔을 같이 하는 것이 국민 된 도리다.

세월호 참사 3주기를 맞아 전국에서 추모집회가 열린다. 청주에서는 내일(15일) 오후 5시 성안길에서 열린다. 역지사지(易地思之)하는 마음으로 미수습자가족을 위로하고, 이 사회의 병폐를 오롯이 안고 있는 세월호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추모집회에 청주시민들의 많은 참여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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