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나무
오늘의 나무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7.04.05 17: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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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의 시 읽는 세상

 

 

 

 

 

 

 

홍 영 철

여름의 나무는 여름만큼 자란다
겨울의 나무는 겨울만큼 자라고
오늘의 나무는 오늘만큼 자란다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부는 만큼 흔들리고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만큼 젖는다
주면 주는 만큼 받고
꺾으면 꺾는 만큼 꺾인다
나무에게는 주먹도 총도 없다
그러므로 나무는 전쟁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나무는 패망하지도 않는다
정복하지도 않는다
너를 상처받게 하는 것은
너의 보이지 않는 거짓말인 꿈이다.

# 식목일을 지나며 나무를 생각합니다. 태어나 한 자리에서 살 수밖에 없는 나무는 어느 무엇보다 순리대로 살아갑니다. 계절에 맞게 기후에 맞게 성장합니다. 자신의 힘으로는 도저히 어쩔 수 없는 운명 앞에 다툼보다 순응하며 살아갑니다. `스스로 그러하게 하다'는 자연의 의미를 온몸으로 실천하면서 말이지요. 돋아날 때 돋아나고 스러질 때 스러지는 나무의 무위의 시간이야말로 아름다운 거리임을 묵묵히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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