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소학
사자소학
  • 민은숙<괴산 동인초 사서교사>
  • 승인 2017.04.03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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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민은숙<괴산 동인초 사서교사>

사람이 언제나 성공만 하라는 법은 없다. 그러니까 실패의 경험도 중요하고, 실패를 통해 왜 실패했는지, 다음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의 자기반성이 필요한 거 아닌가 싶다.

수업 이야기다. 요새 토론 및 인문, 고전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초등 어린이들을 상대로 인문, 고전 교육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사자소학과 명심보감, 속담, 명언 책을 읽고 마음에 드는 구절을 베껴 쓰기가 좋겠다 싶었다. 사자 소학과 명심보감은 옛날에 태어났더라면 어린 시절에 배웠을 글들이니, 마침 딱 좋네. 생각했던 것도 있다. 중국어가 대세인지라 한문을 가르치는 엄마들도 많다던데, 한자교육도 되니 딱이네 싶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역시 애들은 내 뜻대로 움직여주지는 않더라. 결과물을 보고 괴로움에 반성하고 있다. 아무래도 도덕 교과서 같은 옳은 소리만 구구절절 나와 있어서 공감이 덜 됐나 보다. 명언 베껴 쓰기나 속담 이야기는 그나마 즐겁게 하더라. 영어를 못해서 싫어하던 어린이가 그나마 영어 명언을 베껴 적으며 영어 단어를 궁금해하는 모습이 그나마 조금 위로가 되더라.

사자 소학을 읽으며 부모에게 효도하고, 친구와 사이좋게 지내고, 스승의 가르침을 귀담아 듣기를 바라며 진지하게 고민하기를 바랐는데 내 욕심이 너무 컸던 것 같다. 방식을 책 읽으면서 베껴 쓰기가 아니라, 그냥 전문을 써보라고 할 걸 그랬나 싶기도 하고, 옛날 서당 방식처럼 돌아가며 읽기나 함께 읽기를 할 걸 그랬나 싶다. 어떻게 해야 할지 더 연구가 필요할 거 같다.

아무래도 내가 나이를 먹고 다시 사자 소학을 읽어서 더 마음에 와 닿았나 보다. 부모의 은혜를 알고, 열심히 배우라는 정말 뻔한 말인데도, 말의 힘이 마음에 미치는 영향이 참 큰 거 같다. 학창 시절에 부모님, 선생님, 기타 어른들에게 들었던 잔소리들. 어렸을 적에는 지겹고 지긋지긋한 소리였는데 나이 먹고 아이들을 대하다 보니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들었던 이야기들이 사자 소학에 나오더라. 저 잔소리들이 다 자신의 옛 과오가 안타까워 어린 사람들에게 그토록 잔소리했던 걸까 싶기도 하다. 맨 마지막 구절에 옛 어른들도 나와 같았구나 싶어 웃음이 나오더라.

내가 참고로 했던 책은 `하루 10분 사자 소학 따라 쓰기'(키즈키즈 교육연구소)다. 이 책은 한글로 사자 소학 전편 베껴 쓰기를 연습할 수 있는 책이다. 한자가 없어서 좀 아쉬운 느낌이 없잖아 있지만 이게 더 오히려 좋지 않을까 싶긴 하다.

학고재에서 나오는 `자존감이 쑥쑥 자라는 사자소학'은 사자소학의 글귀에 따른 이야기가 있다. 글귀만 읽으면 어린이들이 무슨 뜻인지 이해가 쉽지 않은데, 이야기를 통해 이해하기 쉽게 되어 있고, 이야기 끝에 해설이 담겨 있다.

지금 고민하는 게, `어린이 사자소학(시사패스 편)'의 경우에는 아예 편집이 따라쓰기 느낌이다. 한자 공부를 위해 만들어진 느낌이 든다. 아예 공책을 하나 준비해서 이걸로 따라쓰라고 해볼까. 색감이 단조롭지만, 아이들이 보기 편하게 한자 폰트가 책 중에 가장 크더라.

오늘의 처절한 실패를 본보기로, 인문을 어떻게 교육시켜야 하나, 즐겁게 옛 고전문학을 읽히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를 고민해 봐야 할 듯싶다. 이은홍 선생님의 동화책을 보면서 고전도 잘 풀면 엄청나게 재미있다는 것을 알았다. 나이 들어 명심보감을 다시 읽으며 쓰던 말들이 고전에서 다 유래되었다는 것을 알고 기쁘기도 하다. 삼국지를 읽으면서 이렇게 재미있으니 지금도 애들에게(비록 만화긴 하다만) 읽으라 하면 정말 재미있게 읽는구나 싶다.

실패의 기록을 남기며. 어떻게 해야 할지 또 고민해 봐야 할 듯하다. 사자 소학의 마지막 구절이 참 와 닿는 하루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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