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구경
꽃구경
  • 백인혁<원불교 충북교구장>
  • 승인 2017.04.03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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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의 숲
▲ 백인혁

“어머니! 우리 가족 다 함께 어디 꽃구경 한 번 다녀오시게요.” “얼빠진 소리 좀 그만 해라. 지금이 얼마나 바쁜 시기인지 다 알면서 그런 소리를 하느냐”고 야단을 치시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지금은 어머니 건강이 여의치 않아 농사일을 그만두셨습니다.

사느라 바빠서 봄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가 지는 줄도 모르고 사무실 아니면 강의실에서 또는 일터에서 젊음을 불사르고 계시는 이 시대의 모든 분들이여 올해는 봄꽃놀이 한번 다녀오십시오. 눈 깜박할 사이에 인생의 황금기가 지나가고 나중에 후회해도 소용없습니다.

만개한 꽃구경을 하면서 무릉도원에 와 있는 것 같은 감정에 빠져 이대로 계속되었으면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꽃이 지고 나면 새잎이 돋아난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만개한 꽃에 취해 즐기려 하고 있는 저 자신을 보게 됩니다.

선인의 말씀에 `극하면 변한다'고 했는데 무엇이든 다 하면 변하는 것이 세상 이치이지 싶으면서도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오래지 않아 꽃은 지고 새잎이 무성하게 피겠지! 그러면 다시 와서 연하디 연한 신록에 젖어보리라'는 희망을 품게 됩니다.

흔히들 꽃구경 간다고 하면 놀러 간다는 생각을 먼저 합니다. 다행히 요즘은 `힐링'이란 단어를 많이 사용하여 쉬러 간다는 의미가 많은 부분 자리를 잡아가고 있기도 합니다. 그래요 구경은 일상에서 벗어나는 것이니 일상을 잠깐 멈추는 일입니다. 일상에서 벗어나는 그것은 잠깐 사이지만 우리에게 생각이나 마음작용이 멈추어지는 경험을 가져다줍니다. 여행에서 이 잠깐의 멈춤을 경험했느냐 못했느냐는 우리에게 여행의 만족도 면에서 많은 차이를 가져다줍니다.

꽃구경을 이러한 멈춤의 경험 없이 일상생활의 연장 선상에서 갔다 온다면 우리는 구경 갔다 와서 피로만 더 쌓이는 경우가 되고 말 것입니다. 그러니 피로감 없이 꽃구경 갔다 오려고 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멈춤을 경험하도록 계획을 세우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잠깐 멈춤의 경험을 통해 우리는 새로움을 만끽합니다. 특별히 무슨 색다른 음식이나 건강식을 먹지 않았음에도 몸에서는 활력이 솟는 듯하고 마음에서도 왠지 모를 기운이 샘솟는 것 같아 이래서 좋고 저래도 좋아 인생이 흥겨워집니다.

일상에서 탈출하는 연습 즉 멈춤의 경험은 누구나 쉽게 평소 자신의 생활 속에서 익혀 갈 수가 있습니다. 학교에 다니는 학생도, 직장에 근무하는 직장인도, 가게를 운영하는 사장님도 누구나 다 그날 하던 일을 마치고 퇴근할 때는 다시는 그 일을 안 할 것처럼 그 일에 대한 생각 경험 등등의 모든 것을 다 놓아버리고 퇴근하면 됩니다.

많은 사람은 직장에서 퇴근하면서도 머리에 하던 일을 가지고 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어떤 사람은 아예 계속 그 일을 하고자 해서 집에까지 일을 가지고 퇴근하는 사람들도 있더군요.

그런데 이러한 멈춤을 훈련하고자 한다면 일단 직장에서 벗어나는 순간 직장의 일은 놓아버려야 합니다. 놓는 그 순간 멈춤의 위력은 다가오는 것이니까요.

멈추는 그 순간 그 일로 인해 쌓였던 피로는 사라지고 마음에 편안함이 찾아옵니다. 멈추어 마음이 편안한 상태에서 새로운 일들을 만났을 때 새 힘이 솟고 용기가 나고 눈은 반짝반짝 빛이 납니다. 우리가 늘 상 반복되는 일속에 산다고 해도 일상생활 속에 늘 멈춤을 끼워 넣어 새로운 마음으로 새로운 일을 하듯 살아간다면 일상에서 신선함을 맛볼 수가 있습니다.

이러한 멈춤을 늘 활용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하지만 일상생활은 늘 바쁘고 우리는 쫓기며 살아야만 하니 안타깝기만 합니다. 혹시 일상성에 빠져 너무 인생이 무의미하다 느껴지신다면 이 멈춤을 활용하여 삶에 신선한 활력을 불어 넣어 보심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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