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장선거
반장선거
  • 신금철<수필가>
  • 승인 2017.03.23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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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 신금철

귀 기울여 봄의 소리를 듣는다. 눈을 크게 뜨고 소소리바람을 견디며 싹을 틔우는 나목의 대견스런 모습을 바라본다. 소생하는 자연의 모습처럼 교정에도 새 학기를 시작하는 희망의 재잘거림이 가득하다.

초등학교 입학을 하는 어린이들이 새 책가방을 메고 엄마와 함께 등교하는 모습이 정겹다. 잠시 시대의 아픔을 접고 미래의 밝은 모습을 내다본다.

천진한 어린이들의 설렘과 달리 학부모들은 3월이 힘들고 길다. 자녀들이 새 담임과 새 친구들과 잘 적응할지 염려스럽다. 또한 학기 초, 각종 행사와 담임과의 면담은 직장에 다니는 어머니들에게 부담일 수밖에 없다. 월차나 연가를 내고 자녀의 학교를 방문하는 일이 그리 쉽지 않아 자녀들에게 미안하고 안타깝기만 하다. 더러는 자녀가 반장이나 부반장을 하고 싶은 데 엄마의 학교 참여가 어려워 자녀가 스스로 포기하는 경우도 있단다. 어린이들에게 상처를 주는 것 같아 직장생활을 한 엄마로서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어머니들의 직장생활이 어린이들의 꿈에 방해가 된다면 제도의 대안이 필요한 부분이다.

나는 재직 시절에 1학년을 담임할 때마다 1일 반장 제도를 운용하였다. 당번이란 말 대신에 반장이란 호칭을 사용하여 반 전체 어린이에게 기회를 주었다. 하루에 두 사람씩 반장을 정해 인사 구령, 책걸상 정리 정돈, 학급문고 정리, 힘든 친구 도와주기, 선생님 심부름 등 그리 힘들지 않은 일을 하도록 했다. 하교 시에는 친구들이 반장에게 수고의 박수를 쳐주었다. 1일 반장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어린이들의 표정은 무척 즐거워 보였고, 아이들이 반장이 되는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는 어머니들의 말씀을 들을 때마다 나도 기분이 좋았다.

반장은 학급의 대표로서 모범적인 생활을 하고, 친화를 다지며 소통의 능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 경험들이 명예에 우쭐하지 않고 희생과 봉사를 더욱 소중하게 여길 줄 아는 좋은 지도자의 반석이 되기를 바란다. 또한 반장 경험은 없지만 지도자의 꿈을 가진 모든 어린이들에게도 꿈을 이루도록 응원을 보낸다.

초등학교 반장 선거문화는 순수하다. 자신의 공약만 내세울 뿐 친구를 비방하는 일은 없다. 금품이 개입되지 않고 패거리가 존재하지 않는다. 선거원칙에 따른 공정한 선거를 치른다. 민주적인 절차에 의해 선거를 하고, 선거를 치른 후엔 승복하고 사이좋게 지낸다.

대선을 앞두고 각 당의 후보들 간에 부끄러운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온다. 초등학교의 반장선거와 대통령선거와는 격이 다르나 민주주의 방식에 따른 공정한 선거의 원칙은 동일하다. 이제 각 당의 경선 승리 후보들이 정해지면 얼마나 더 큰 흠집들을 들추어서 우리를 실망시킬지 걱정이 앞선다. 물론 흠이 많은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대통령이 되면 진정으로 나라를 위해 어떤 일을 할지 분명한 정책을 내놓는 일에 더 많은 주장을 펼쳐주길 바란다.

지금 우리나라는 내우외환으로 간두지세竿頭之勢의 지경에 처해있다. 현명한 판단과 깨끗하고 공정한 선거를 통해 나라를 바로 세울 훌륭한 대통령이 선출되어 `온 국민이 활짝 핀 장미처럼 함께 웃을 수 있는 아름다운 5월'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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