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스트레스 완화 … 산후우울증 예방
출산 스트레스 완화 … 산후우울증 예방
  • 김일문<모태안 여성병원 마취통증의학과>
  • 승인 2017.03.20 17: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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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칼럼
▲ 김일문

출산과정 중의 진통을 없앤다는 뜻으로 무통 분만이라는 말이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학문적으로는 산과 마취 또는 마취 분만이라고 합니다. 완벽하게 통증을 없앨 수는 없으나 분만 과정 동안 마취를 함으로써 진통을 줄이는 방법입니다.

출산과정 중 진통에 대해서는 아플 만큼 아프고, 너무 아파서 하늘이 노랗게 보일 즈음이나 아기가 나온다 하고요. 엄마가 아파 봐야 아기와의 애착감을 가지게 되는 당연한 과정인데 무통분만을 해서 소중한 내 아기에게 엄마가 미안해하고 죄책감을 느낀다더라 하는 말을 주위에서 듣곤 합니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입니다. 분만시 심한 진통에 의해 혈중 스트레스 호르몬이 증가하고, 엄마는 물론 아기에게도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심한 분만통은 산후우울증과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등의 원인이 되기도 하므로 무통분만을 하는 것이 정신 건강, 특히 산후우울증 예방에 도움이 됩니다. 산모가 분만과정 중 덜 지쳐서 산소소모량도 줄일 수 있습니다.

미국 통계에 의하면 1980년대 15%, 1990년대 60%, 최근 일부 병원에서는 90%까지 무통분만을 선택하고, 우리나라 역시 요즘은 80% 이상의 산모가 무통분만을 선택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대형 산부인과병원에서 무통분만에 마취과의사가 참여하여 경막외 마취에 의한 무통분만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사람의 척추 뼈 안쪽 여러 구조물 중 경막의 바깥쪽 공간에 약물을 주입해 허리 이하 부분을 마취하는 것을 경막외 마취라고 합니다. 통증을 전달하는 감각신경만을 선택적으로 차단해 통증은 느끼지 못하지만 의식은 정상이기 때문에 말도 할 수 있고, 탄생한 아기의 울음소리를 듣거나, 아기의 모습을 산모가 직접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분만 과정 중 들리는 익숙하지 않은 주위의 소리가 불안감을 유발할 수도 있기에 원한다면 푹 잠드는 방법을 택할 수도 있습니다.

반면 운동신경은 차단되지 않아 분만 중 힘을 주거나 다리를 움직이거나 걸을 수도 있습니다. 경막외 마취는 분만 1기에는 시간 변화가 거의 없고 분만 2기가 15분 정도 연장되지만 전체 과정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바늘로 찌르기 때문에 시술 부위의 통증과 경막천자후 두통 등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그 비율이 현저히 낮고 대개는 자연 치유됩니다. 분만 후 산모의 절반 정도가 요통을 호소하며 그 원인이 무통분만 시술일 것이라는 오해도 가끔 받지만 연관성은 적습니다.

경막외마취가 항상 완벽하게 듣는 것은 아닙니다. 약 10%는 배에 여전히 감각이 있는 부위가 있고, 몸의 한쪽만 무감각해집니다. 약 3~5%는 어느 시점에 경막외 마취를 다시 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산모는 자궁을 좌측으로 이동시켜 정맥순환의 방해를 예방하기 위해 왼쪽 옆으로 눕습니다. 허리 중앙의 피하조직에 국소마취를 한 후 끝이 휘어있는 특수한 바늘(Tuohy needle)을 진입시켜 척추의 구조물인 경막의 바깥쪽 공간을 확인하고 바늘을 통해 가느다란 튜브(카테터, catheter)를 경막외 공간에 위치시킨 후 바늘만 제거합니다.

이후 태아가 골반을 빠져나오는 과정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대략 자궁경부가 4~5㎝ 정도 열렸을 때 카테터를 통해 약물을 주입합니다. 경막외 공간으로 약이 확산되면서 신경을 차단하게 되어 진통 작용이 나타나며 약의 종류와 농도를 조절해서 지속시간과 진통 효과의 세기를 조정할 수 있습니다. 대개는 한번 약물주입 후 지속시간은 1~2시간 정도고 PCA(자가통증 조절기)를 통해 분만이 끝날 때까지 반복 투여하여 통증을 줄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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