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등경제 으뜸청주'로 가는 길
`일등경제 으뜸청주'로 가는 길
  • 임성재<칼럼니스트>
  • 승인 2017.03.09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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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논단
▲ 임성재

청주시가 청주테크노폴리스 내 유통상업용지 39,612㎡를 대형 유통업체인 이마트와 분양계약을 한 사실이 밝혀졌다. 360억 원에 팔았다는데 계약한 시점은 밝히지 않고 있다. 그동안 청주시가 계약 사실을 숨겨온 것이다. 지역의 시민단체와 상인단체, 재래시장 상인 등은 즉각 반발했다. 그런데 한편에서는 입점을 찬성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아마 청주테크노폴리스 지구의 아파트에 입주하는 주민들을 중심으로 찬성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으로 보이나 어쨌든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그런데 왜 청주시가 청주테크노폴리스의 유통상업용지를 이마트에 팔았는지는 의문이다. 그동안 청주시는 대형마트의 진입을 막아왔다. 그 이유로는 청주에는 인구대비 대형유통업체가 많다는 것과 이들 대형유통업체가 입점하면서 지역상권이 붕괴하였기 때문이다. 대형유통업체의 진입으로 전통적인 재래시장이 쇠퇴하고 소규모의 가계형 상가들은 이미 초토화되어 찾아보기도 힘든 지경이다. 그렇다고 이런 대형유통업체들이 지역경제발전에 도움이 되는 것도 결코 아니다. 계약직이나 아르바이트 일자리 몇 개 만드는 것 외에는 이 지역 자본이 역외로 유출되는 통로가 될 뿐이다.

2014년에도 청주테크노폴리스 내 유통상업용지에 미국형 대형유통매장인 코스트코가 진출을 시도한 바 있다. 그때도 시민들의 반대와 청주시의 적극적인 협력으로 무산시켰다. 그랬던 용지가 불과 2년 남짓 만에 이름만 바뀐 같은 용도의 대형유통업체에 팔린 것이다. 그것도 청주시가 계약사실을 숨겨가면서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은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청주시는 `일등경제 으뜸청주'를 구호로 내세웠고, 시장은 `시민과 소통'하는 시장임을 표방한다. 어떤 말로 표현을 하던 지방자치단체는 시민의 복리증진과 행복을 목표로 한다. 청주경제의 디딤돌이 되게 하겠다는 청주테크노폴리스도 결국은 청주시민의 복리증진과 행복을 위해 청주시가 시민을 대신해서 조성하는 사업이다. 이런 공공성이 강한 지역에 지역상권을 파괴하는 초대형유통업체를 유치하겠다는 발상은 반시민적(反市民的)이다. 그래서 전 시장들은 사설지구에 들어오려는 대형유통시설 조차도 진입을 막았고 행정소송에서 패하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돼서야 진입을 허용하곤 했었다.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없는 청주시가 대형유통업체와 계약을 추진한 것은 2가지 관점에서 볼 수 있을 것 같다. 하나는 시민들의 편의를 위해서라는 것이다. 타 지역에까지 나가서 장을 보는 시민들을 위해 초대형유통업체가 필요하다는 것인데 일견 말이 되는듯하지만 그것은 시가 나설 일이 아니다. 청주에서 장사가 될 것 같으면 시가 나서지 않아도 그들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들어올 것이고 시장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면 땅을 무상으로 준다 해도 들어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관점은 청주테크노폴리스를 조기에 완공하여 지역경제의 디딤돌로 삼겠다는 것이다. 타당성이 있어 보이는 이유다. 그러나 그렇다면 더더욱 청주시는 신중했어야 했다. 아무리 눈에 보이는 효과가 있다 하더라도 청주테크노폴리스가 청주시, 청주시민 전체는 아니기 때문이다. 전체를 바라보고 아우르는 행정이 시민을 위한 행정이다. 이렇게 눈앞의 성과에 매달리는 것은 시장의 업적 쌓기나 전시행정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뒤늦게 대형유통업체 입점 소식을 안 반대단체들의 목소리는 폭발적이다. 이에 대해 청주시는 `지역사회로부터 양해를 구하는 절차를 밟지 않은 점과 지역상권과의 상생방안 마련을 위한 협의를 하지 못한 점'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지역상권과의 상생방안 마련을 위해 이마트 측을 압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찬성여론도 만만치 않다며 찬성여론 뒤에 숨는 비겁함까지 보여주고 있다.

플라톤은 `국가'에서 이렇게 말했다. `국가를 건설하는 목적은 한 집단을 특히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국가 전체를 최대한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다'라고. 여기에서의 국가를 청주시로 바꿔도 내용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주민 전체의 행복을 담보하는 정책이 `일등경제 으뜸청주'로 가는 지름길이다. `시민과 소통'하는 시장을 표방한 이승훈 시장은 결자해지의 자세로 이 문제해결을 위해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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