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쿠라
사쿠라
  • 민은숙<괴산 동인초 사서교사>
  • 승인 2017.03.06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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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 민은숙

초등학교에 근무하다 보니, 아이들에게 우리의 역사 책을 권해 줄 때 고민될 때가 있다.

위안부를 비롯한 슬픈 역사에 대해 알려 줄 때다. 감정 자제가 잘 안 된다.

너무 참혹해서 아이들에게 이걸 그대로 이야기해도 되려나 싶다. 배우고 알아야 할 역사지만, 어린 아이들이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슬프고 참혹하다 싶다.

초등 교과서에 실린 `마사코의 질문'이라던가, `꽃 할머니'책을 읽으면 참 먹먹하다. 차마 저 책들을 담담하게 읽어 줄 수 있을 때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 거 같다.

부끄럽지만 아직도 무섭고 두려워서 영화 `귀향'은 결국 못 봤다. 이번 삼일절에 영화 `눈길'이 개봉하는데, 보러 가려면 정말 각오하고, 마음을 추스르고 가야 하나 싶다.

`꽃 할머니'책을 보고 난 뒤, 옆에 시리즈라고 되어 있어 이 책 시리즈를 더 읽게 되었다. 한국, 중국, 일본의 세 나라 작가들이 모여 평화를 바라는 마음으로 책을 기획했다고 한다. 세 나라 작가들의 책이 차례로 출간되어 현재 8권까지 나와 있다.

이번에 소개하고 싶은 건 이 책의 일곱 번째 책, 사쿠라(다바타 세이이치 저·사계절)이다.

처음에는 웬 `사쿠라'인가 싶었다. 벚꽃을 의미하는 일본어다. 일본 국화는 아닌 걸로 알고 있는데, 일본 국민은 아마 일본을 대표하는 꽃이라고 하면 벚꽃을 들 거 같다. 왜 굳이 번역하지 않고 썼나 싶을 것이다. 읽다 보면 알게 된다. 왜 이 제목이어야 했는지.

사쿠라는 1931년 3월에 태어난 작가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만주사변 전, 중국 동북 침탈이 일어나기 직전에 태어났다.

자라며 소년은 학도병으로 나라를 위해 장렬히 산화하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주입받고 배우며 자란다. 그렇게 자란 소년은 결국 패전을 겪게 된다.

철저히 천황을 위해, 나라를 위해 사쿠라처럼 아름답게 산화하며 죽는 것을 최대의 아름다움으로 알고 살아온 소년은 패전에 적응하지 못했다. 이후 세월이 지나고 깨달았다.

전쟁 때문에 우리는 수많은 사람을 죽이고 빼앗아왔다는 것을. 새로 태어나는 아이들에게는 이 원한과 슬픔을 물려주고 싶지 않다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이 책은 끝이 난다.

이 책의 초반이 다시 생각난다. 역사를 배우는 이유가 잘못을 다시 저지르지 않기 위해서가 아닐까. 했던 잘못 또 안 하려고 배우고 익히는 거 아닐까.

최근의 뉴스는 참으로 걱정될 정도다. 서로 천천히 이야기를 나누고 다독여야 하는 문제를 너무 성급히 해결하려 한 것 같다.

일본의 모든 사람들의 생각이 다 같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서로 화해하고 이해하며, 평화를 지키기 위해 한중일 모두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 와중에 발견한 이 책을 읽고 그래도 조금은 마음의 위안이 되었다. 그래도 이렇게 생각하는 일본 사람도 있구나 싶다.

서로 이해하고 인정하기 위한 노력이 지속하여 가는 거 같아 기쁘다. 그림책을 함께 펴내며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었으면 좋겠다. 그게 진정한 의미로 화해와 용서를 구하는 노력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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