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도깨비
책 읽는 도깨비
  • 이지수<청주 중앙초 사서교사>
  • 승인 2017.02.20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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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 이지수

드라마 `쓸쓸하고 찬란하神 도깨비'의 성공으로 말미암은 인기는 도깨비의 탄생과정과 존재 이유를, 그리고 우리나라 고유의 도깨비 상에 대한 재조명으로 이어졌다. 사람이 오랫동안 사용하던 물건에는 손때와 염원이 깃들어 도깨비가 되는데, 이렇게 탄생한 도깨비들은 고리짝, 몽달비, 공책, 멍석 등 그 물건명을 딴 이름의 도깨비가 된다. 머리에 뿔이 달린 일본도깨비, 오니가 아닌 우리 고유의 모습 그대로 사람처럼 그렸다는데서 드라마의 성공이 주는 의미는 크다.

도깨비는 사람에게 해를 가하는 존재가 아니라 장난꾸러기처럼 내기를 좋아해서 이기면 크나큰 보상을 주고, 지면 각종 골탕을 먹인다. 그럼에도 빌려간 돈을 매일 갚아 부자로 만들어주는 이야기나, 착한 이에게 갑자기 금은보화를 내려 벼락부자로 만들어주는 이야기는 착하게 살면 언젠가 나도 그 행운과 마주할 수도 있다는 기대를 갖게 한다.

`책 읽는 도깨비(이상배·파랑새)'는 이런 성격의 도깨비들이 당면한 문제해결을 위해 책의 중요성을 깨닫고 더불어 책을 고르는 기쁨과 사는 기쁨, 읽는 기쁨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을 담은 동화책이다. 삽화도 재미있지만 페이지마다 한 줄 씩 쓰여 있는 대화체의 문장은 작가와 대화하고 있는 듯 느껴져 이야기의 재미를 더한다.

본격적인 이야기는 고리짝도깨비, 몽달비도깨비, 공책 도깨비가 안전한 보금자리를 위해 도시에 땅을 사고 그 땅에 집을 지으려다 도깨비와 맞서는 한 선비를 만나는 데서 시작한다. 내기에서 이기는 사람이 땅을 갖기고 하고 내기를 시작하는데, 선비가 제시한 내기는 바로 문답. 선비가 글귀를 물으면 도깨비들이 그 글에 맞는 글귀로 답하면 되는 것이다. 책을 읽지 않았던 도깨비들은 선비가 제시한 `인불통고금이면?' 다음 글귀를 찾고자 여주 영릉에 잠들어계신 세종대왕을 찾아가는데 이 대목은 두고두고 정말 기발했다. 잔꾀로 답에 해당하는 `마우이금거니라'를 받아든 세 도깨비는 이번에는 그 뜻을 설명하지 못해 선비와의 내기에서 지고 만다.

도깨비들이 기특한 것이 그 뜻을 알기위해서는 `책'이 필수불가결하다는 깨달음을 얻었고, 이 책을 읽기 위해 공책도깨비로부터 한글 가나다부터 익혔다는 것이다. 세종대왕이 건네 준 `명심보감'을 읽다가 `인불통고금이면 마우이금거니라'란 대목을 발견하고 소리치며 얼싸 앉는 모습은 도깨비들도 책 읽는 기쁨의 경지와 통했다는 의미일 것이다. `사람이 고금의 일을 알지 못하면, 마소에 옷을 입히는 것과 같다'즉 옛 선인들의 가르침을 알지 못하고는 참다운 사람이 될 수 없다는 뜻을 깨닫는다. 그 뜻 역시 책읽기의 필요성과 일맥상통한다. 내기에서 이긴 선비는 도깨비 땅에 도깨비의 돈으로 멋진 도서관을 짓고 도깨비들은 허깨비의 모습으로 도서관에서 함께 책을 보며 이야기가 끝이 난다. 선비가 도서관 꼭대기에 도깨비 보금자리도 만들어둔 대목과 삽화는 독자들을 기쁘게 할 것이다.

작가의 말에 `천국은 도서관처럼 생겼을 것이다'라는 말을 인용한 부분이 있는데, 어느 순간부터 도서관의 책들이 내게는 단순한 일거리가 되어버린 일상을 반성했다. 쉴 새 없이 도서관을 드나드는 꼬마 도깨비님들의 분주한 발자국 소리가 흐르는 곳이 되도록 노력해야겠다.

현재 이상배 작가의 고향, 충북 증평군 도안면 은행정마을에서는 `은행정 도깨비동화마을' 조성이 한창이다. 증평군 지원사업으로 2016년부터 시작으로 최종 완공까지는 몇 년의 시간이 걸릴 예정이다. 현재 조성완료된 도깨비 벽화, 도깨비 체험관, 도깨비 우물, 상여집은 지금도 체험 가능하니, 이 동화책을 읽고 도깨비를 만나러 한번 찾아가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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