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한세트가 뇌물인 현실이 서럽다
농산물 한세트가 뇌물인 현실이 서럽다
  • 박명식 기자
  • 승인 2017.02.07 19: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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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 박명식 부장(음성주재)

지난 설 명절에 김영란법(청탁금지법)의 영향으로 과일 판매가 너무 저조해 충북 과수 농가들의 피해가 극심했다는 충청타임즈 보도를 접한 충북도가 곧바로 대책 마련에 나섰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시종 도지사는 실태 파악과 소비창출방안 마련을 지시하고, 농·특산물 선물 상한액을 예외적으로 10만원까지 가능하도록 김영란법 개정을 정부에 건의해야 한다는 주문을 했다.

음성군도 지역 농축산물 팔아주기 홍보활동을 적극 펼쳐 농민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다소나마 해소해 주기로 하고, 음성군의회도 내년부터 시행되는 음성군 농특산물가격안정기금조례 지원을 올해부터 적용시키는 방안과 과수품목을 조례에 포함될 수 있도록 행정부와 적극 의논하고 있다.

실로 농민들에게는 눈물겹도록 발 빠른 대처이지만 다소 늦은 감이 있어 씁쓸한 마음이 든다.

농·특산물 판매 저하나 가격하락은 이미 김영란법이 시행되기 전부터 예상했던 일이었지만 그 위력을 농민들은 이번 명절에서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이 같은 실상은 충북 뿐 만이 아닌 국민의 8%(약 400만명)를 차지하고 있는 전국의 모든 농민이 겪고 있는 애환이다.

생산인구 비율로 치면 국민 5명 중 1명은 농민이라고 할 만큼 아직도 농업은 우리나라의 중요 산업 중 하나다.

더욱이 농업에 종사하는 국민은 수도권과 주요 대도시를 제외한 지방자치단체에 집중돼 있다.

음성군의 경우 과일, 화훼, 인삼, 한우 등 김영란법과 직접 연관이 있는 농축산물이 집중 생산되고 있다. 이번 명절에 인삼, 한우 농가 역시 과일 농가 이상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김영란법을 원망했을 것이다.

여론조사에서 김영란법을 찬성하는 국민이 더 많다는 것은 부정부패 선진국인 대한민국의 변화를 농민을 포함한 모든 국민들이 갈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초들의 삶에 대한 대책도 마련하지 않고 전격 김영란 법을 발효한 것은 시행착오적 부실이다.

당장 급한 불 끄듯 자치단체나 사회단체 등에서 농·특산물 소비촉진 홍보를 전개하는 것은 임시방편에 불과할 뿐이다.

더 이상 농민이 똑 같은 고충을 되풀이 하지 않도록 이시종 도지사의 주문처럼 김영란 법 자체를 농·특산물 선물 상한액을 예외적으로 10만원까지 가능하도록 개정하거나, 농·특산물 만큼은 김영란법 금지 대상에서 제외시키는 등의 방안이 필요하다.

농민의 입장은 김영란 법이 꼭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부정부패가 척결돼야 한다는 것에는 동감하지만 농민의 피땀이 서린 농·축·수산물까지 부정부패의 산물로 느끼게 한 김영란법이 국민정서와 동떨어졌다게 문제라는 것이다.

농민들은 과일 한 박스, 꽃 한바구니, 굴비 한 세트, 소갈비 한 세트, 인삼 한 세트가 미풍양속을 대신하는 선물이 아니고 뇌물이 된 현실이 서러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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