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모로우
투모로우
  • 권진원<진천 광혜원성당 주임신부>
  • 승인 2017.02.02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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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자의 목소리
▲ 권진원

며칠 전 영화채널을 보다가 예전에 본 투모로우라는 재난영화를 무심히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10여 년 전 개봉 당시에는 별 의미 없이 보았던 영화인데 그날은 어쩐 일인지 시간가는 줄 모르고 몰입하여 보게 되었습니다.

내용은 잭이라는 기후학자가 지구에서 일어나는 이상변화를 감지하고 정부에 보고하지만 무시되고 후에 지진과 해일이 일어나 재앙과도 같은 자연재해를 입게 되고 그 과정 중에 박사가 폭설로 고립된 아들을 찾아나서는 줄거리입니다.

영화를 보면 지구의 온난화의 여파로 북극의 빙하가 녹고 그에 따라 염분의 농도와 해수 온도가 변화되면서 해류의 흐름을 바꾸게 되고 해수와 더불어 수증기를 머금은 구름이 멋대로 움직이게 됩니다. 눈이 내릴 시기가 아니고 장소가 아닌 곳에서 폭설이 내리는 황당한 장면을 보면서 당시에는 공상으로 너무 과장된 내용인 듯 지나쳤습니다.

하지만 다시 본 영화의 장면은 허무맹랑한 재난 영화가 아니라 우리에게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현실의 이야기라고 느껴졌습니다.

과거 교과서에서 한국의 기후에 대해 4계절이 뚜렷한 온대성 기후라고 알고 있었는데 지금은 그렇게 말하기엔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청명하고 상쾌한 봄·가을을 보는 날은 점점 줄어들고 한여름의 무더위는 열대지방에서 온 외국인들에게도 버거울 정도입니다. 어른들이 말씀하시던 겨울의 삼한사온 날씨도 이젠 찾아보기 힘들어졌습니다.

장마 기간이란 말도 적용하기 어려워지고 국지적으로 쏟아지는 스콜형식의 집중호우는 예측하기 어려워진 상황으로 이젠 한국을 아열대성 기후로 가르칠 날이 머지않은듯합니다. 지난여름 비싼 슈퍼컴을 구입하여 날씨 예보를 한 기상청은 오보청이라는 오명을 얻게 되었습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봄 3-4월에 불어오는 황사에 민감했는데 이제는 연중 내내 중국발 미세먼지를 걱정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지난 수십 년간 한국을 비롯하여 세계는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룩했습니다. 산업과 기술의 발전은 인간에게 편안함과 안락함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인간을 위한 무차별적 자연의 파괴와 훼손, 화석연료의 과다한 사용, 인류의 재앙을 예고하는 무분별한 핵발전소 건설, 자원과 광물의 과도한 채취는 더 이상 자연과 더불어 살지 못하는 지구로 변화되고 말았습니다.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행하는 이 비극적인 파괴가 중단되지 않는다면 이제 영화에서 보던 재난의 장면들이 현실이 되는 날이 머지않을 것입니다.

구약성경의 창세기를 보면 인간이 창조되고 그들에게 하느님께서 창조된 온갖 것(자연)들을 잘 다스리라고 말씀하십니다. 이 다스림은 자연 위에 군림하고 통치하라는 말로 이해하여 마구 개발하고 파헤치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창조된 모습대로 잘 보존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이루라는 말씀입니다.

이 지구는 우리 인간만의 것이 아니고 현재의 인간만을 위한 것도 결코 아닙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피조물을 위한 것이고 미래의 세대에게 전해줄 유산입니다. 우리 인간에겐 받았던 본래의 모습 그대로 잘 아끼고 보존하여 전해주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그리하여 재난의 영화가 현실과는 동떨어진 단순히 상상의 이야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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