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미원 교육공동체'를 꿈꾼다
`행복한 미원 교육공동체'를 꿈꾼다
  • 임성재<칼럼리스트>
  • 승인 2017.01.19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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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논단
▲ 임성재

지금, 청주시 상당구 미원면에 지역 교육공동체 운동의 신선한 바람이 일고 있다. 미원면의 초·중학교의 학생 수는 날로 줄고 있는데 이것은 곧 미원면 인구가 현격히 감소하고 있고, 노령화 되면서 동네가 쇠퇴해가고 있다는 반증이다. 그렇지만 청주 도심에서 가까운 지리적 여건과 잘 닦여진 농업 기반을 슬기롭게 활용한다면 얼마든지 사람들이 모여들 것이고 잘 사는 마을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에 찬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모인 것이다. 그들은 그것을 마을 교육 공동체를 만드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려 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이순기 이장이 있다. 그는 미원면 운암1리 이장이다. 청주에서 살다가 2009년에 이 동네로 이사를 왔고, 2012년에 이장이 됐다.

귀농 3년 만에 이장이 됐으니 시골정서에 비춰볼 때 벼락출세한 셈이다. 80여 가구가 모여 사는 큰 동네에서 이사 온지 3년밖에 안된 뜨내기(?)가 이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나이 드신 동네 어른들을 공손히 받든 것도 있지만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그의 성격 탓이다. 그 당시 마을에 환경위해업체가 들어왔는데 주민동의서가 위조된 사실을 뒤늦게 알고 노인들을 대신해 앞장서 뛰어다니다 보니 주민들의 신망을 얻게 된 것이다.

대학 졸업 후 제악회사 영업사원을 거쳐 약국과 의료기업체 등을 경영하면서도 그가 늘 귀농을 마음에 품고 산 것은 순전히 어릴 적 고향마을에 대한 향수 때문이었다. 직장생활이나 사업을 하면서도 그는 10여 년 동안 주말마다 자신이 정착할 시골마을을 찾아 다녔고, 숲 해설가가 되어 생태탐방모임을 이끌고 들로 산으로 돌아다녔다. 결국 아이들이 취업과 대학진학으로 모두 외지로 떠나게 되자 중학교 영어교사로 근무하는 부인과 시골로 들어오게 된 것이다.

그의 농사는 단출하다. 조그마한 밭에서 고추와 고구마농사를 짓는다. 물론 농약과 제초제는 사용하지 않는 유기농재배다. 그리고 마당 한 귀퉁이에서는 40여 마리의 닭을 기른다. 그런데 그도 정확한 닭의 마릿수를 모른다. 자유롭게 방목을 하다 보니 언제 어디서 알을 낳고 부화를 하는지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이란다. 일부러라도 정확한 마릿수를 헤아리지 않는 것은 족제비나 말똥가리 같은 매 과의 조류들도 많이 출몰하는데 그들이 잡아먹는 것을 신경 쓰지 않기 위해서다. 하루는 말똥가리가 중닭을 채가는 것을 보고 300여 미터를 쫒아가 결국은 빼앗아왔는데 그때 깨달음이 있었다. 이것도 자연의 생태환경인데 정확한 마릿수를 알면 안 뺏기려고 철망을 치거나 가두는 등의 인위적인 방법을 취할 것이 뻔해서 일부러라도 마릿수를 세지 않기로 한 것이다.

이순기 이장이 `행복한 미원 교육공동체'를 꾸리기 위해 앞장서는 것은 10년 가까이 농촌에 살면서 이대로 가면 우리나라의 농촌이 붕괴되고 말 것 같은 현실을 보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사라진지는 이미 오래고, 지금처럼 노령화된 노인 가구가 늘어나는 추세면 앞으로 10년 내에 노동력이 필요한 밭농사는 사라질 것 같다. 그리고 전적으로 기계에 의존하여 명맥을 잇고 있는 논농사도 지금처럼 지을수록 손해를 본다면 농촌은 마을을 유지하기 어려울 만큼 급속히 피폐해 질 것이다. 그래서 지금 기회가 있을 때 농촌을 바꿔보자는 생각이다. 젊은이들이 고향을 찾아 다시 들어오고, 귀농하는 젊은 세대가 늘어나고 그럼으로써 농촌에 새로운 일거리가 생겨나 정착하는 인구가 늘어나는 예전의 농촌마을로 복원하는 꿈을 꾸고 있는 것이다. 그러기위해서 가장 먼저 교육이 바뀌고 학교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이미 20여 년 전부터 지역교육공동체 활동을 펴고 있는 완주의 고산향교육공동체나 홍성의 풀무학교 같은 곳은 좋은 본보기다. 그런 곳들이 오랜 시간 선각자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이뤄낸 것에 비하면 미원교육공동체의 여건은 훨씬 좋은 편이다. 충청북도 교육청이 추진하는 행복씨앗학교 정책이나 행복교육지구 사업 같이 활용할 수 있는 교육정책 인프라가 마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제 남은 것은 미원 주민들이 교육이 마을을, 지역공동체를 살리는 유일한 대안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동참하는 일이다. 미원에서 일고 있는 신선한 지역교육공동체 운동이 건강하게 뿌리내려 살기 좋은 미원, 활기 넘치는 마을이 만들어지길 응원하고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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