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
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
  • 양철기<박사·교육심리>
  • 승인 2017.01.04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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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으로 보는 세상만사
▲ 양철기<박사·교육심리>

`오이디푸스(Oedipus) 왕'은 기원전 400년대 고대 그리스 시인 소포클레스의 작품으로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유아가 자신의 아버지를 적대시하고 어머니에 대해 품는 무의식적 성적 애착)의 모티브가 된 작품이다.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오이디푸스는 우연히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친부를 죽이고 친모와 결혼하여 자녀를 낳는 테베의 왕이다.

테베의 왕 오이디푸스는 백성이 역병으로 죽어가자 백성을 구하려 밤잠을 자지 않고 노력하다 처남인 크레온에게 신전에 가서 신탁(神託)을 받아오게 한다. 크레온이 받아온 신탁은 오이디푸스가 다스리는 나라인 테베가 자신의 아비를 죽이고 어미와 결혼한 패륜아로 인해 오염되었다는 것이었다. 그 오염 덩어리를 제거해야만 테베의 더러움이 정화되어 역병이 없어진다는 것이었다.

신탁을 전해 들은 오이디푸스는 그 오염 덩어리를 찾아 제거하겠다고 다짐하며 수사에 착수한다.

그러나 참고인들을 소환해 조사하면 할수록 범인이 자기 자신이라는 것이 드러나게 된다. 왕인 오이디푸스는 분노한다. 행여 자신이 권력 쟁탈 음모에 빠지지 않았는지 의심하기도 하지만 진실을 향해 돌진한다.

오이디푸스의 아내이자 어머니인 이오카스테는 오이디푸스가 범인인 것을 먼저 알게 된다. 그리고는 아들이자 남편인 오이디푸스에게 다음과 같이 간청한다.

“신들께 걸고 바라 건데, 그대 자신의 삶을 조금이라도 걱정한다면 제발 그것을 추적하지 마세요. 저는 충분히 고통을 겪고 있어요.” 이에 오이디푸스는 “이 일을 확실하게 알아보지 말라는 말은 들어줄 수가 없소”라며 진실을 향해 돌진한다.

결국 진실은 드러나 오이디푸스 자신이 아버지인 라이오스 왕을 죽이고 친모와 결혼한 장본인임을 확인하게 된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진실을 인정한다. “오, 빛이여, 이제 내가 너를 보는 게 마지막이 되기를! 태어나서는 안 될 사람에게서 태어나서, 어울려서는 안 될 사람들과 어울렸고, 죽여서는 안 될 사람을 죽인자라는 게 드러났으니!”

자신이 찾는 범인이 자신임을 실토하며 테베를 오염시킨 장본인이 자신임을 고백하는 순간이다. 이오카스테가 자살했다는 소식에 짐승처럼 울부짖으며 그녀의 옷을 고정해 주던 금 세공된 브로치를 뽑아 자신의 눈동자를 찌른다. 자신을 알아보지 못한 자신의 눈을 한번이 아니라 여러 번 찔렀다.

그리고 머나먼 땅으로 그의 딸 안티고네와 함께 스스로 추방을 당한다. 왕인 오이디푸스 자신이 자신의 범죄를 단죄함으로 나라를 구원했다. 본문에 나오지는 않지만 테베의 역병은 말끔히 사라졌을 것이다.

여기까지가 대부분의 독자가 아는 소포클레스의 비극, 타고난 운명과 자신은 완결하다는 오만으로 인해 스스로 파멸 당한다는`오이디푸스 왕'의 줄거리이다.

그런데 반전은 여기서부터이다. 소포클레스는 마지막 비극 작품 `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를 통해 추방 이후의 사건을 다루고 있다.

작가는 테베의 오염 덩어리이자 장님이면서 어느 누구도 환영하지 않는 방랑자 오이디푸스를 아테네의 신성한 보물로 만든다. 오이디푸스를 데리고 가는 나라가 세계를 지배할 것이라는 신탁이 내려지자, 자신의 나라 테베를 비롯해 각지에서 방랑자 오이디푸스를 모셔가려고 각축전을 벌인다.

그러나 오이디푸스는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고 아테네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아테네 사람들의 마음속에 영웅으로 자리 잡게 된다. 알다시피 고대 아테네는 서구문명의 원천이다.

재앙에 휩싸인 나라를 구하기 위해 범인을 쫓다 마주친 진실을 외면치 않고, 수치스러운 자신의 과거가 만천하에 드러나는 과정도 감수하며, 스스로 단호하게 자신을 처벌한 테베의 오염 덩어리 오이디푸스는 아이러니하게도 아테네의 보물로 부활했다.

온 나라가 진실을 찾는 촛불로 가득한 이때 자신이 저지른 잘못에 직면할 수 있고 스스로 책임지고자 하는 오이디푸스를 차분히 대면한다.

/서원초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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