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겨울 오전에
어느 겨울 오전에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6.12.14 19: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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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의 시 읽는 세상

문 태 준

 

나목이 한 그루 이따금씩 나와 마주하고 있다
그이는 잘 생략된 문장처럼 있다
그이의 둘레에는 겨울이 차갑게 있고
그이의 저 뒤쪽으로는 밋밋한 능선이 있다
나는 온갖 일을 하느라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며
한 번은 나목을 본다
또 한 번은 먼 능선까지를 본다
그나마 이때가 내겐 조용한 때이다
나는 이 조용한 칸에 시를 쓰고 싶다
그러나 오전의 시간은
언덕을 넘어 평지 쪽으로 퍼져 금세 사라진다

# 세상사 어지러울 때면 겨울의 한기도 그립습니다. 버릴 것은 버리고 남길 것만 남긴 채 깊은 침묵에 드는 겨울 나무를 보면, 거미줄처럼 걸쳐 놓은 비루한 일상도 정리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해집니다. 잘 생략된 문장처럼 단출한 삶 말이지요. 뼈대만 남은 먼 산도 숭숭 바람이 들락일 것 같은 시린 겨울이 그래서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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