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표가 더 중요하다
개표가 더 중요하다
  • 박경일<명리학자>
  • 승인 2016.12.14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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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리로 보는 세상이야기
▲ 박경일

영국의 극작가 톰스토파드경은 `민주주의는 투표가 아니라 공정한 개표로 가늠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흔히 투표를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하지만 개표가 공정하지 않다면 투표는 `민주주의의 독'이 될 뿐이다. 선거철만 되면 소중한 주권을 행사해야 한다며 투표의 중요성을 홍보하는 것을 흔하게 보아 왔다. 하지만 개표가 얼마나 공정하게 이루어지는지에 대해서 또, 지금의 개표방식에서 문제점은 없는지에 대한 개방적인 검증과 논의는 거의 볼 수가 없다.

우리나라는 개표를 할 때 집중개표 방식으로 한다. 투표가 끝나면 전국 1만 4천여 개 투표소의 투표함들을 개표소(250여 개소)로 이송하여 투표분류기를 이용해 개표한다. 여기서 반드시 짚어 볼 두 가지 사항이 있는데. 바로 `집중개표' 방식과 `투표분류기'를 이용한 개표의 타당성이다.

필자가 생각하는 개표의 이상적인 방법은 다음과 같다. 일반적으로 각 투표소는 투표가 끝나면 대략 2,000~3,000장의 투표용지가 모인다. 투표가 종료되면 투표소의 문을 잠그고 CCTV 앞에서 경찰관 입회하에 20여명이 수(手)개표를 한다. 이렇게 하면 넉넉히 잡아도 1시간 이내에 개표는 끝이 난다. 다시 말해, 투표소에서 바로 수(手)개표를 하는 방법이다. 이후 선거관리 담당자가 개표 결과를 전화로(인터넷으로 숫자를 입력하는 따위 말고) 중앙선관위에(통화내역 녹음) 알려주고 중앙선관위는 그 결과를 기록하고 발표하면 그뿐이다.

하지만 현재의 집중개표 방식은 개별 투표소에서 손쉽게 수(手)개표로 단시간에 끝마칠 수 있는 것을 굳이 개표소까지 번거롭게 이송해서 대량으로 모아놓는다. 이송하는 과정에서 부정개입의 위험과 그 많은 호송차량과 인력, 거기에 드는 비용을 감수하며 번거로운 `집중개표' 방식을 택하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가?

둘째, 투표분류기의 사용문제다. 필자는 우리나라의 투표분류기를 믿지 않는다. 공직선거법상 전산장치 및 기계장치는 선거개표의 보조수단으로만 써야한다.(공직선거법 제178조 2항) 지금처럼 투표분류기가 개표의 주된 역할(투표지분류 및 득표수를 계산하는)을 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 집중개표방식은 투표지를 대량으로 모아 일일이 수(手)개표로 확인하는 것을 힘들게 하고 수개표 작업을 개표의 보조적 행위로 전락시키거나 등한시 하도록 유도한다. 즉, 부족한 인력 때문에 투표분류기에 개표의 대부분을 의존하는 시스템이 되기 쉽다.

더욱이 해킹에 취약하여 미국, 영국,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등 5개국에서 보안이 요구되는 작업에 사용하지 않도록 규정한 레노버(Lenovo)컴퓨터가 2013년 이후 현재 우리나라의 투표분류기에 장착되어 있다는 것은 심히 염려스럽다.

현재 독일, 프랑스, 스웨덴, 덴마크 등 서구 정치선진국들은 투표소에서 수(手)개표를 실시하고 있다. 한때 전자투표기를 사용했던 네덜란드, 아일랜드, 독일 등도 비슷한 시기에 이를 모두 폐기했다. 이유는 해킹에 취약하며 디지털 데이터가 실제 선거과정의 데이터라고 분명히 확인할 방법이 없으며 선거란 유권자들이 전문 지식 없이도 선거과정 전체를 감시 감독 제어할 수 있어야하는데 전자투표기나 전자개표방식은 그러하지 못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독재자 스탈린이 말했다. `투표하는 사람은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한다. 오직 개표하는 사람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라고.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국민의 개표를 이야기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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