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날이 밝았다
운명의 날이 밝았다
  • 임성재<칼럼리스트>
  • 승인 2016.12.08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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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논단
▲ 임성재

운명의 날이 밝았다. 지난 한 주는 시간이 무겁고 비장하게 흘렀다. 그 시간의 무게만큼 오늘을 기다리는 마음은 점점 더 비장해졌다. 촛불을 든 모든 국민의 마음일 것이다. 야당 국회의원들도 배수진을 쳤다. 부결시 전원 국회의원직 사퇴라는 정치생명을 걸었다. 설렘은 기다림의 선물일까. 밤잠을 설치는 불안한 마음으로 한주를 보내며 기쁨이든 공포든 닥치기 전이 더 기다려지고 무서운 법이란 것을 새삼 깨닫는다.

최순실의 국정농단사건이 밝혀지면서 시작된 촛불은 대통령의 1차, 2차, 3차 담화를 거치며 폭발적으로 커졌다. 대통령은 담화에서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사사로이 사익을 위해 사용한 것을 인정하지 않았다. 진정한 사과 없이 거짓해명과 주변 인물들의 사소한 잘못으로 치부해버려 국민의 분노를 키웠다. 그리고 하나하나 밝혀지는 국정의 난맥상들은 오늘날 민주주의 국가에서 일어난 일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수준이다. 그것도 정부기관이나 청와대가 조사해서 밝혀낸 것이 아니라 언론의 취재와 제보자의 제보에 의해 조금씩 드러나고 있는 중이니 그 실체가 어디까지인지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다.

그러면서 국민의 요구도 변했다. `대통령 퇴진'에서 `아무것도 하지마라. 즉각 퇴진'으로, 그리고 이제는 일고의 여지도 없는 `탄핵'이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난파선이 되어버린 새누리당에 기대어 정치적 재기를 꿈꾼다. 필사적으로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에게 유형, 무형의 압력을 넣고 있다. 끝까지 국민을 개, 돼지 취급하는 권력자의 오만함과 뻔뻔함이다. 이런 현상은 국회에서 열리고 있는 청문회의 증인들에게서도 나타난다.

국가권력 순위 1위라는 최순실은 `공항장애(공황장애를 이렇게 썼다)'를 빙자해서 청문회 출석을 거부하고, 검찰과 경찰 권력을 손아귀에 쥐고 위세 등등했던 우병우 전 민정수석은 집을 비우고 출석 요구서를 받지 않는 꼼수로 청문회 출석을 피하고 있다. 그 밖의 수석비서관들과 문고리 3인방의 출석거부 이유도 어처구니없어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그런 자들이 대통령을 등에 업고 국가권력을 사사로이 휘두르며 국민 앞에 위세를 뽐냈으니 그들은 비겁자다.

청문회에 출석한 증인들도 비겁하기는 마찬가지다. 굴지의 재벌총수들이나 국가권력을 쥐고 흔들던 자들이 국민 앞에 나와 초췌한 표정을 하며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은 보기 역겹다. 한때는 `체육계의 대통령'이라 불리며 문화체육계를 쥐고 흔들던 자가 최순실의 비서처럼 보였다는 증언을 듣고, 한나라의 법무부장관과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낸 자가 최순실의 이름도 들어본 적이 없다고 강변하다가 피할 수 없는 관련 동영상을 들이대자 기억하지 못한 것이 나이 탓 인양 고령의 나이를 들먹이며 무너지는 모습을 보며 저런 자들에게 대한민국 국정을 맡겼다는 것이 참담했다. 그리고 치밀어오는 분노 때문에 잠을 이루기 힘들었다.

그러면서 오늘 탄핵이 불발되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해봤다. 지금상황에서의 탄핵은 국소마취를 하고 내시경으로 아픈 부위만 살짝 도려내는 시술정도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 그런데 우리의 증상은 전신마취를 하고 배를 갈라 아픈 부위를 모두 제거해야하는 대수술이 필요한 상황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차라리 탄핵이 불발돼서 광장의 촛불이 횃불이 되고 들불로 번지는 촛불혁명으로 국민에 의한 직접민주주의를 구현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대한민국 헌법 1조 2항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민의 권력을 위임받은 자들이 그 권력을 국민을 위해 사용하지 않고 사사로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사용한다면 그 권력을 환수하는 것은 당연한 국민의 권리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탄핵 표결일을 기다리며 노심초사하던 마음이 좀 가라앉는다.

하지만 탄핵은 통과되어야 한다. 그것이 국민에 의해 선출된 정치인들이 해야 할 최소한의 의무다. 그리고 국민이 원하는 새로운 나라를 만들어야한다. 사리사욕에 눈 먼 썩은 정치가들과 권력에 빌붙어 부정과 부도덕한 방법으로 부를 대물림하며 국민위에 군림하는 재벌들과 정권의 나팔수로 전락한 사이비 언론들과 권력과 재벌에 빌붙어 호가호위해온 관료 등 우리나라를 좀 먹어온 모든 부위를 말끔히 도려내고 모든 국민의 생명과 인권이 존중되는 나라, 모두가 법 앞에 평등하고 고루 잘 사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대한민국의 주권자이며 최고 권력자인 국민이 내리는 지상명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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