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비선실세(秘線實勢)
내 안의 비선실세(秘線實勢)
  • 김성일<보은 아곡 은성교회 담임목사>
  • 승인 2016.11.10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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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자의 목소리
▲ 김성일

비선실세(秘線實勢). 가슴 아픈 나라의 혼란스러운 때에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아닌가 싶습니다. 비선실세(秘線實勢)는 숨길 비에 줄 선, 몰래 숨겨진 실제의 세력으로 풀어서 이야기하자면 비정상적으로 권한이 없는 숨겨진 사람이 실제의 세력으로 뒤에서 권한을 휘두르는 것을 말합니다.

이번 나라의 사태를 보며 목회자로 작게 깨달아지는 것이 있습니다. 목사인 내게도 이런 비선실세가 없었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목회 초년생일 때 설교하며 가장 신경이 쓰였던 것이 아내의 인상이었습니다. 아내의 인상이 곧 설교의 평가였으며 그 인상을 펴기 위해 애썼던 적이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대상이 아내에서 교회의 중직자들로 바뀌었고 더 시간이 지나면서는 초신자들로 그리고 이제 아직 멀었지만 철들면서 주님으로 그 대상이 바뀌었습니다. 물론 교회에 전반한 모든 일들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가끔 들려오는 큰 교단 교회 안의 비선실세 이야기들이 떠오릅니다. 당회안의 모든 결정이 사모님을 만난 담임목사님의 전화로 불과 한 시간도 안 되어 모두 뒤집히는 일들, 부교역자들의 거취문제가 담임목사님 집안에서 결정되고 영향력 있는 장로나 집사 등 일부 성도들에 의해 교회의 사역들이 좌지우지되는 일들이나 담임목사님이 영향받은 세미나, 프로그램, 학교 등에 교회의 전통이 하루아침에 바뀌는 일등 사실 우리 교회 안에도 비선실세의 이야기는 먼 이야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세상살이 또한 별반 차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향력 있는 상사나 눈앞의 이익을 결정짓는 상황이나 사람, 이러 저러한 이유로 내 안의 정통 라인보다는 비선실세의 영향을 받고 사는 것이 이 땅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현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소통해야 할 정통라인에 문제가 생겨 외면하면 반드시 건강하지 못한 다른 라인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백성과의 소통에 문제가 있는 대통령의 현 모습처럼, 하나님과의 소통에 문제가 있는 목회자는 부정으로, 부부간의 소통문제는 불륜으로, 부모와 자녀 간의 소통문제는 패륜과 학대로, 사제간의 소통문제는 교권추락으로, 친구끼리의 소통문제는 왕따와 학교폭력으로…. 결국 소통의 문제는 또 다른 라인 즉 비선실세를 만들고 그곳에서 헤어 나오질 못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목회자로서 왜 하나님께서 그렇게 연약한 자를 사용하시는지 조금 알 것 같습니다. 그 연약함이 겸손케 하며 하나님이 없이는 아무것도 없고, 아무것도 할 수 없기에 집착도 지키려는 염려도 더 모으려 하는 욕심도 없어서 믿음으로 순종할 수밖에 없으니 연약함은 어찌 보면 하나님과의 소통의 통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나님과의 라인이 막히지 않도록 겸손하게 자족하며 욕심을 내려놓고 살아가겠습니다. 감히 부족하지만 나라가 어려운 이때에 기도와 금식으로 함께하고 주신 자리 최선을 다하여 아름답게 지키나가 소통을 막는 교만함과 완고한 마음을 버리도록 온 힘을 기울여 살아가고자 합니다.

비선실세 없는 하나님과의 정통라인으로 행복한 믿음의 삶과 이 땅에서 우리에게 주신 모든 삶에 소통이 잘 되도록 온유하고 겸손하게 사시기를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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