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잊은 그대에게 … 공대생의 가슴을 울린 시 강의
시를 잊은 그대에게 … 공대생의 가슴을 울린 시 강의
  • 하은아<증평도서관 사서>
  • 승인 2016.11.07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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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 하은아

낙엽이 흩날리는 가을엔 역시 시가 제격이다. 시 좀 읊고, 음악 좀 들어줘야 바람에 날리는 낙엽과 함께 가을을 낭만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당최 시는 어렵다. 몇 마디 적혀 있지도 않고 그리 어려운 단어로 적혀 있지 않지만 무슨 소리인지 알 수가 없다. 짐짓 아는 체를 하고 싶지만 그러기엔 시는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다.

시를 문학과 낭만으로 알기 이전에 시험과목으로 배웠기 때문일까? 님의 침묵에서 님은 조국, 광복을 의미한다고 세뇌되도록 외워서일까? 시를 있는 그대로 내가 해석하고 싶은 그대로 읽지 못하는 까닭에 누군가 시의 어구 하나하나를 빨간 줄 그어가며 설명해주지 않으면 어색한 것도 시를 그리 배운 까닭인 것 같다. 그만큼 시는 늘 어렵고도 힘든 존재다.

고등학교 1학년 국어 시간 기억은 조금 남다르다. 그 당시 국어 선생님은 우리에게 좋아하는 시를 한 편 골라 낭송을 하게 하고 낭송을 할 때 배경음악도 골라 오게 했으며 좋아하는 이유를 설명하라 하셨다. 50여 명의 친구들이 시를 발표하기까지 몇 회의 국어 시간을 그리 보냈다. 그때 나는 김남조의 `가고 오지 않는 사람'을 발표했었다. 이유는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으나 그럴듯한 클래식 음악 한 자락 골라 그 시를 발표한 기억이 난다.

나에게 있어 시에 대한 낭만적인 기억은 그 순간밖에 없다. 그때는 진도를 나가지 않는 선생님에게 적지 않은 불만도 있었고 왜 이런 시를 읽히고 발표하게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시를 그래도 낭만으로 바라볼 여지를 준 것은 그 시절 기억 때문일 것이다. 얼마 전 텔레비전에서 시를 주제로 강연하는 것을 보았다.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윤동주의 `별 헤는 밤'과 알퐁스 도데의 `별'을 연결 지어 설명해주고 있었다. 별을 그리움의 대상으로 보고 싶은 이의 표상으로, 어머니까지 증폭시키는 매개체로 설명해주는 방식이 생소했다. 분명 시를 배울 때 그리 배웠을 것인데 강연자에 매료되어 푹 빠져 보았다.

그 강연자가 바로 `시를 잊은 그대에게'저자 정재찬 교수이다. 그 TV프로그램을 보고 인터넷에 찾아 책을 알게 되었다. 책의 부제는 `공대생의 가슴을 울린 시 강의'란다. 시가 궁금해졌다. 도대체 얼마나 더 재미있게 설명했기에 무뚝뚝함과 감성이라곤 없을 것 같은 공대생을 울렸단 말인가. 저자가 말하는 시가 몹시 궁금했다. 책 속에는 다양한 시가 있었다. 영화 속에 등장했던 시, 노래가 됐던 시, 혹은 소설과 소재가 같은 시가 함께 설명되어 있다. 빨간 펜 하나 들고 시를 배웠던 고등학생이 아니라 흩날리는 낙엽에도 눈물을 흘리던 소녀 감성이 되어 시를 바라볼 수 있었다.

황동규 시인의 `즐거운 편지'가 사랑을 노래하고 있지만, 뜨겁게 불타오르는 사랑이 아닌 그대가 뒤돌아 봤을 때 늘 그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는 기다림의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음을 설명해준다. 그 기다리는 사랑이 어떻게 `즐거운'편지가 되는지를 저자는 이야기해준다. 시구 하나하나에 힘을 주어 설명하는 듯이 말이다.

단어를, 글귀를 있는 그대로 해석하는 무미건조한 나에게 시를 조근조근 들려준다. 시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말해주듯 저자는 찬바람 스며드는 가을날에 `시'를 가슴에 새겨준다. 국어문제집 속에 시가 아닌 살아 숨 쉬는 시(詩)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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