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연구원 … 가족과 흙에 살리라
잘나가던 연구원 … 가족과 흙에 살리라
  • 윤원진 기자
  • 승인 2016.09.12 18: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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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 연화순씨 9년전 귀향 … 기술부족 탓 현실의 벽 실감

3년간 연구 끝 과실즙으로 대박 … 6차 산업 상품개발 박차

젊은층에 노하우 전수 “지역 상생 위한 양잠단지 만들고파”
▲ 곤충학을 전공한 뒤 귀농을 선택, 6차산업 선두주자로 떠오른 연화순·장해영부부.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지는 것.”

충주에서 ‘시골내음’이란 브랜드로 귀농 성공신화를 이뤄낸 연화순씨(44)는 서울을 떠나던 9년 전을 회상하며 귀향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연씨는 30대 초반에 소위 ‘잘나가던’ 연구원 자리를 박차고 나와 지금은 전국적으로도 손 꼽히는 6차 산업 선두주자로 평가받고 있다.

그가 아내 장해영씨(37)와 운영하고 있는 시골내음농장은 지난해 농림수산식품부로부터 충주시 1호 농촌융복합산업사업자로 선정됐다.

올해는 충주시의 농촌체험교육농장 육성 선도 시범농장으로 이름을 올리며 현재는 지역특화작목을 접목한 양잠과 식용곤충을 활용한 상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이들 부부는 이미 복숭아, 사과 등 직접 가공한 과일즙 판매로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지만 전공은 곤충학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양잠에 대한 도전은 한국생명과학연구소에 근무할 때 부터 시작됐다.

당시 수석연구실장으로 일하던 연씨는 귀농 1~2년 전부터 고향 농지를 구입해 뽕나무를 심고 통신판매허가도 미리 받아놨다.

이런 과정에는 안정적 귀농을 통해 아이들이 입시 위주의 줄서기 교육에서 벗어나 자연속에서 건강하게 성장해 나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완벽에 가까운 준비와 박식한 전공이론으로 귀농을 추진했지만, 막상 현실은 막막했다.

2008년 고향으로 내려 온 연씨는 자신이 직접 개발해 놓았던 뽕나무누에사육키트를 판매하다가 좌절을 겪었다. 그러다 선택한 것이 복숭아 농사이다. 그런데 기술 부족에 자연재해까지 닥치며 판매할 수도 없는 비품만 가득 안게 됐다.

‘복숭아는 맛있는데 즙은 왜 맛이 없을까’

연씨는 이런 생각에 비상품을 활용한 복숭아 즙 만들기에 착수했다. 이 때부터 3년간 연구개발에 나서 맛ㆍ색ㆍ영양소를 모두 살린 상품 개발에 성공했다.

입소문은 빠르게 전파됐다. 4000여명의 고정 고객을 확보하며 3평짜리 가공소를 45평짜리 유통가공업 시설로 확대했다.

100회 이상 주문한 충성고객도 대폭 보유하게 됐다.

사업이 안정권에 접어들자 양잠에 대한 도전이 본격적으로 이어졌다. 친환경 오디체험포, 잠사 및 식용곤충사육시설을 보강해 체험프로그램 운영에 나섰다.

뽕잎에 혈당강하 성분인 DNJ가 다량 함유돼 있어 당뇨병 예방에 좋다는 학계 보고가 잇따라 알려지면서 양잠 관련 매출도 대폭 상승했다. 여기에 충주시도 당뇨바이오특화도시를 선포하며 연씨의 연구개발은 더욱 주목받게 됐다.

연씨의 고민은 이제 ‘함께 잘 사는 농촌’이다.

올해 초부터 30~40대 젊은 농업인들을 대상으로 노하우 전수에 나섰으며, 지역 과실재배 농가들을 위해 관계기관보다 높은 가격으로 복숭아, 사과, 배 등을 수매하고 있다.

연화순씨는 “개인적으로는 우리 지역에 양잠단지를 조성해 보는게 꿈”이라면서 “과실즙 사업도 보다 확장해 지역 농민들과 상생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충주 윤원진기자
blueseeking@cc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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