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소원
가을의 소원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6.08.31 2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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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의 시 읽는 세상

 

 

 

 

 

 

 

안 도 현

 

적막의 포로가 되는 것

 

궁금한 게 없이 게을러지는 것

아무 이유 없이 걷는 것

햇볕이 슬어놓은 나락 냄새 맡는 것

마른풀처럼 더 이상 뻗지 않는 것

가끔 소낙비 흠씬 맞는 것

혼자 우는 것

울다가 잠자리처럼 임종하는 것

초록을 그리워하지 않는 것



# 문득 가을입니다. 하루아침에 낯빛을 달리하는 하늘이 신기하기도 하고 섬뜩하기도 합니다. 자연의 순리란 이토록 명징한 것이구나 싶어집니다. 가을이 선물한 사유의 간극은 겸손을 요구하는 울림 같기도 합니다. 분주한 세상과 잠시 이별하고 적막하게, 게으르게, 이유없이, 혼자, 그렇게 한 번쯤 가을을 걸어 보아도 좋은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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