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 양철기 청주 서원초 교감
  • 승인 2016.07.27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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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evil is in the Details

심리로 보는 세상이야기
▲ 양철기 청주 서원초 교감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디테일(detail, 사소한 부분)에 숨어 있는 신비스러운 요소를 언급할 때 쓰는 말로 서양 격언에서 유래되었다. 우리나라 격언으로는 ‘개미구멍에 방죽 무너진다.’와 같이 사소한 것으로 큰일을 그르칠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중국의 협상학 연구가 왕중추(汪中求)의 책 ‘디테일 일의 힘’에는 “100-1≠99, 100-1=0.”과 같은 공식이 나온다. 100에 하나가 모자라는 것은 99가 아니라 0이라는 것으로, 하나가 모자라 100을 놓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1을 무시한 결과는 모든 것을 잃게 한다. 그 1은 99의 노력을 무용지물로 만든다는 것이다.

독일의 유명 건축가인 “신은 디테일에 있다(God is in the details)”라고 말하며 아무리 거대한 규모의 아름다운 건축물이라도 사소한 부분까지 최고의 품격을 지니지 않으면 결코 명작이 될 수 없다고 했다. 한편 이 말은 수많은 변용이 가능하다. “교육은 디테일에 이다”, “행정은 디테일에 있다.”“진실은 디테일에 있다” “1등과 2등은 한 끗 차이, 디테일에 있다.” 등 웬만한 건 다 끌어다 대도 말이 통한다. 시작은 원대하지만 끝은 초라하게 맺는 사람, 총론에는 강하면서도 각론이 부실한 ‘거대담론증 사회’를 빗대어 이 말이 자주 인용 되고 있다.

조직의 최고지도자(CEO)가 모든 일을 직접 챙겨선 안 된다는 뜻으로 쓰이는 ‘불필친교(不必親交)’는 디테일에 대한 또 다른 교훈을 준다.

촉나라 승상 제갈공명이 직접 하급간부가 관장하는 장부를 조사한 일이 있다(親校簿書). 하급직인 주부 양과(楊顆)가 정색을 하고 건의했다. “통치에는 체통이 있습니다. 상하관계라도 고유권한을 침범해선 안 됩니다. 사내종은 밭 갈고 계집종은 밥 짓고, 닭은 새벽을 알리고 개는 도둑을 지키는 이치입니다. 이 모든 일을 주인 혼자서 할 수 없는 노릇이듯 어찌 지체 높으신 군사께서 이리 하십니까?” 라고 하자 공명이 부하에게 예를 갖춰 물러나왔다.

지도자는 큰 그림을 그리고, 비전을 세우고, 조직원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고 마음껏 일할 수 있게 해주면 된다. 믿고 일을 맡기되 결과를 공정하게 평가하고 거기에 걸맞은 예우를 하면 된다는 것이다. .

학교라는 조직 속의 교감 노릇을 5개월째 하고 있다.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풍월로 소위 좀생이(?)이 교감이 되지 않고 나름 대범한(?) 교감이 되려고 노력하였다. 그래서 직원들에게 잔소리를 거의 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마음에 들지 않는 것 잘못된 것을 알고도 모른 척 넘어가곤 하였다. 아마 이런 교감을 ‘앗쌀한 교감’이라고 평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문제가 조금씩 불거져 나온다.

여기저기서 5개월간 누적된 문제들이 스물 스물 나오기 시작한다. 꼼꼼하지 못하고 세밀하지 못했던 일처리들이 누군가를 불편하게 하고 누군가에게 피해를 입히게 되었다. 디테일을 놓친 교감으로 인해…. 필자의 롤모델이자 고교 은사인 전성은 교장과 도재원 교감은 친구사이로 40년 동안 한 학교를 경영하였다. 교장은 늘 바깥으로 돌며 굵직굵직한 일들과 때로는 감당하지 못하는 일들을 벌였다. 도재원 교감은 묵묵히 친구 교장이 벌여놓은 일들과 학교 안의 일을 디테일하게 처리하며 균형을 맞추어 그 학교를 명문사학으로 일으켜 놓으셨다. 이 두 분의 리더십은 불필친교와 디테일의 균형과 조화를 이룬 모범으로 기억이 되고 있다.

디테일이 부족한 필자 또한 조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도재원 선생님 같은 동료나 부하직원이 있다면 다행이겠지만 조직에서 디테일을 챙겨주는 사람이 없다면 스스로 살아남아야 할 것이다.

‘대관세찰(大觀細察)‘의 삶, 크게 보되 작은 것도 세밀하게 살피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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