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화상경마장 인가
또 화상경마장 인가
  • 임성재 <시민기자·칼럼니스트>
  • 승인 2016.07.21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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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논단
▲ 임성재

화상경마장은 잊을만하면 대두되는 우리 지역의 골칫거리다. 2003년부터 시작된 충북 도내 화상경마장 유치요구가 거의 해마다 되풀이되고 있다. 이번에도 청주의 명암타워에 화상경마장을 유치하겠다고 한다. 벌써 세 번째 시도다. 명암타워 주변 500미터 안에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있고, 초등학교 4곳과 중·고등학교 4곳 등 학교가 밀집된 공원지역에 사행성 도박시설인 화상경마장을 유치하겠다는 발상부터가 어이없다.

거기에다 명암타워에 화상경마장을 유치하겠다고 나서는 현재의 명암타워 운영자는 화상경마장을 신청할 자격도 없는 사람이다. 한국마사회의 홈페이지에는 그들이 말하는 마권장외발매소(화상경마장)를 신청할 수 있는 요건이 자세히 나와 있다. 그 내용을 보면 ‘건물소유자, 토지소유자, 건축예정건물의 건축주’만이 신청이 가능하고, ‘건물이나 토지를 임차한 경우는 신청할 수 없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런데 명암타워의 실 소유자는 청주시다. 현재의 운영자가 건축하여 2004년에 청주시에 기부채납을 하였고, 2023년까지 20년간 무상사용 허가를 받아 운영하고 있는 중이다. 따라서 현 운영자는 임차인에 불과하다. 그런 그가 시민의 재산인 명암타워에 화상경마장을 유치하려고 혈안이 되어 있는 것은 7년밖에 남지 않은 무상사용 기간 동안 임대수입이나 올려보자는 속셈에 불과하다.

그들이 주장하는 내용도 한결같다. 화상경마장을 유치하면 ‘지방세수가 증대된다’, ‘일자리가 늘어난다’, ‘지역경제에 도움이 된다’, ‘장애인 복지에 도움이 된다’, ‘(이렇게 좋은 것이)충북에만 없다’는 등의 논리다. 이제는 일일이 대꾸하기도 구차하다. 허나 분명한 것은 경마는 정부가 공인한 사행산업이라는 것이다. 국무총리 산하에 있는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는 카지노업, 경륜, 경정, 복권 등과 함께 경마도 사행산업으로 규정하고 있다. 더구나 말이 직접 달리는 경마장과 달리 밀폐된 공간에서 화상으로만 경마를 관람하며 배팅을 하는 화상경마장은 합법을 가장했을 뿐 여느 불법오락장과 다를 바 없다.

그리고 수백억 원의 세수가 증대된다고 주장하는데 이미 화상경마장이 설치된 자치단체에 물어보면 금방 드러날 거짓 진술로 지역민을 호도하는 것은 사기행위이다. 화상경마장으로 벌어들이는 지방세를 계산하는 공식은 다음과 같다. 화상경마장의 지방세율은 총 발매급액의 10%이다. 그중 50%는 경마장 소재지인 과천시로, 나머지 50%만이 충북도로 납부된다. 그러면 충북도에 떨어지는 세수입(레저세)은 마권 발매 총액의 5%이다. 충북도는 다시 이 레저세의 50%를 재정보전금과 교부금으로 각 시군에 교부하는데, 재정교부금은 레저세의 47%, 교부금은 레저세의 3%를 차지한다. 도가 배분하는 재정교부금중 청주시가 받는 비율은 30%이다. 따라서 청주시가 화상경마장으로 벌어들이는 세수는 [재정교부금/ 총매출액 x 0.05(도 레저세 수입) x 0.47 x 0.3 = 총매출액 x 0.00705] + [교부금 / 총매출액 x 0.05(도 레저세 수입) x 0.03= 총매출액 x 0.0015]이다. 따라서 [청주시의 세수입 = 총매출액 x 0.0086], 즉 총수입의 0.86%에 불과하다. 화상경마장의 마권매출액이 연간 2,000억 원이라면 청주시의 세수입은 17억 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또 지역경제가 살아난다거나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등의 주장은 화상경마장이 있는 천안이나 대전의 화상경마장을 한 번만 구경해도 사탕발림의 헛소리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화상경마장을 하고 싶어 안달하는 분들께 권하고 싶다. 그렇게 좋은 것이라니 우선 자신들의 가족들을 다 데리고 가까운 도시의 화상경마장을 찾아 마음껏 즐기시길 바란다. 마권 구입액의 제한이 있으니 가산을 탕진할 일도 없고, 건전한 레저문화이니 중독될 염려도 없이 쾌적한 환경에서 온 가족이 마음껏 즐긴 그 체험을 바탕으로 시민들을 설득한다면 ‘청주시민은 입장시키지 않겠다.’, ‘기자와 시민단체로 구성된 운영감시기구를 만들겠다.’, ‘하다가 문제가 드러나면 화상경마장 운영을 중단하겠다.’는 등의 구차한 변명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기 때문이다.

이제 청주시는 명암타워의 주인으로서 결단을 내려야 한다. 시민의 재산을 가지고 임시사용자가 주인행세를 하는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 그리고 이번 기회에 명암타워의 무상사용허가 조건이었던 공공기능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철저히 관리감독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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